[연극]셰익스피어 작품 '겨울…'-템페스트' 국내무대 올라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8시 37분


셰익스피어는 평생 36편의 희곡과 3권의 시집을 남겼다. 40대 초반에 ‘햄릿’ ‘오델로’ ‘리어왕’ ‘맥베드’ 등 전율할 정도의 비극 4편을 잇달아 발표했던 그는 말년에 폭풍이 지난 다음의 잔잔한 심경처럼 용서와 화해를 담은 작품들을 남겼다.

따뜻한 감동을 주는 그의 말년작 ‘겨울 이야기’와 ‘템페스트(폭풍)’가 세기말 국내 겨울 무대에 나란히 공연돼 가족단위의 연극 관람객들을 손짓하고 있다.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템페스트’가 뮤지컬 ‘태풍’(서울예술단)으로 공연되고 있는데 이어 23일∼12월12일 같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겨울 이야기’가 ‘겨울동화’(극단 반딧불이)란 제목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

‘겨울동화’(임경식 연출)는 잘못된 의심으로 딸을 잃어버린 시칠리아 왕의 이야기. 친구인 보헤미아 왕과 자신의 왕비의 관계를 의심한 시칠리아 왕은 신탁(神託)의 경고를 무시하고 왕비를 감옥에 가두고, 딸을 들판에 내다버린다. 양치기의 딸로 어렵게 성장한 공주는 우연히 만난 보헤미아 왕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결국 왕자와 함께 시칠리아로 돌아온 딸은 15년 동안 조각상 속에 숨어 살아온 왕비와 눈물의 재회를 한다.

전반부는 4대 비극처럼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며 처절한 슬픔 속에 진행된다. 이 연극은 두 젊은이의 결혼식 축제 장면에서 발랄한 춤과 노래가 등장하면서 극이 반전된다. 자신의 잘못으로 왕비와 딸을 잃어 애통해하던 아버지가 죽은 줄만 알았던 가족들을 다시 만나 화해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시울을 적시는 관객들도 많다. 국립극단 출신의 이문수, 실험극장 출신의 차유경 등 중견배우들의 연기 감동을 더한다.

극단 ‘반딧불이’는 반딧불이처럼 어두운 세상에 작은 불빛을 던져준다는 취지로 지난해 창단됐다. 그동안 ‘이 풍진 세상의 노래’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 하지 않는다’ 등 서정적인 정감이 넘치는 연극들을 무대에 올려왔다. 4시 7시. 7000∼1만5000원.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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