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플라자]외자유치, 영국을 배우라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7시 58분


금호석유화학의 권오용상무는 ‘외자 유치’라는 말만 나오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86년 영국 런던에 파견돼 근무할 때의 일.북잉글랜드 개발청으로부터 방문 요청이 왔다.권상무는 즉석에서 승낙을 하고 한 달 후로 약속을 잡았다.

권상무는 “그 날부터 한 달간 매일같이 전화 연락이 오고 자료가 날라왔다”고 회상한다.궁금한 점은 없는지,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였다.그는 “어떤 날은 직원이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와 점심을 사고 돌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약속한 날 개발청에 도착하고서 권상무는 또 한번 놀랐다.한 명뿐인 ‘투자사절단’을 맞기 위해 청사에는 태극기가 걸렸고 청장은 서툰 발음이나마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던 것.

권상무의 이 경험담은 오늘날 영국이 ‘외국인 투자의 천국’으로 불리게 된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외자 유치를 위한 영국의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다.각 지방별로 13개 투자개발청을 두고 ‘경쟁 체제’로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개발청만 해도 스코틀랜드투자개발청 웨일즈개발청 아일랜드개발청 등 7개에 달할 정도.일부 개발청은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위해 홍보대행사까지 두고 있다.

한국사무소 관계자들은 영국의 탁월한 외자유치 성과의 배경에 대해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우선 꼽는다.개발청은 대처 수상 시절 정부 부문 민영화의 결과로 대부분 민간인이 대표를 맡고 있다.개발청들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영국 상무부 산하 대영투자유치국(IBB) 청장도 민간인이다.

스코틀랜드개발청 한국사무소의 윤길수소장은 “이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서비스맨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앉아서 투자를 기다리지 않고 일일이 업체들을 찾아다니면서 필요한 사항을 점검한다는 것.

개발청들은 잠재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는 시장조사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컨설턴트 역할까지 해준다.웨일즈개발청 한국사무소가 올들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한 예.웨일즈개발청 관계자는 “한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 회생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자체 경비를 들여 중소기업들의 유럽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도 외자유치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

각 개발청 한국사무소 직원들의 하루 일과는 전날 한국 업체들이 요청한 자료를 챙기는 일로 시작한다.일단 투자를 유치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게 기본 생각.각종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등 처음 약속한 지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주한영국대사관에서 IBB의 업무를 맡고 있는 최학상무관은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국에 들어온 업체들이 재투자할 마음이 생기도록 뒷받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애프터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그 결과 최근 영국에선 재투자 비율이 초기 투자 비율보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개발청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외자유치 성공 요인은 영국인들의 인식.영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은 모두 영국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최학상무관은 “영국 국민들은 외자유치만이 살 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뒤 정부기관이나 민간업체,노동조합이 모두 외국기업들이 편하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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