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요정 '대원각'운영 김영한씨 별세

  • 입력 1999년 11월 14일 20시 28분


시가 1000억원대의 요정 대원각(大苑閣)을 법정스님에게 아무 조건없이 시주해 길상사(吉祥寺)로 탈바꿈하게 한 김영한(金英韓)씨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빌라맨션 205호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3세.

일제 때 여창가곡과 궁중무 등 가무의 명인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유명시인 백석(白石)의 연인이기도 했던 김씨는 51년 650만원의 거금을 주고 서울 성북구 성북동 청암장을 인수해 ‘대원각’으로 간판을 바꿔단 뒤 우리나라의 3대 요정 중 한 곳으로 키워낸 여장부였다.

고인은 87년 법정스님의 수필집 ‘무소유’를 읽고 대원각을 시주하기로 결심했고 10년만인 96년 법정스님이 이를 받아들여 97년 12월14일 사찰의 개원식을 갖게 됐다. 그가 시주의 대가로 받은 것은 염주 한 벌과 ‘공덕주(功德主)’라는 칭호 뿐이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던 것일까. 그는 운명하기 전날인 13일 길상사를 찾아와 경내를 둘러본 뒤 “나 죽으면 화장해서 길상사에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뿌려줘”라고 지나가는 말처럼 했다고 한다.

한편 KBS1TV는 18일 고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것이 인생이다―자야부인의 유언’을 방영할 예정이다.

빈소는 서울 용산구 중앙대부속용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6일 오전으로 정해졌지만 구체적 장례절차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유족으로는 외동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02―794―7499

〈오명철기자〉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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