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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9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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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대회 유치의 감격은 잦아들고 이제는 경기장을 제대로 짓고 있는지,현재 공사가 대략 30% 진행된 상황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데는 이상이 없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제점이 거론되는 수원 광주 전주 서귀포 등을 중심으로 △경기장 건설 문제 △재원조달 문제를 두차례로 나눠 현장 점검을 해본다.】
◆시민단체 반응 '시큰둥'
▽행정 불협화음〓수원경기장은 9일 현재 메인스타디움 지상2층까지의 골조 공사를 끝내고 지상3층 바닥 공사가 한창이다. 실공정 32%.
시공주체사인 삼성물산의 박흥석 현장소장은 “2001년 여름 프레월드컵 성격의 대륙간컵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4개월 앞당겨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응은 차갑다. 우선 수원시와 경기도간의 독립법인 설립이 양자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계획이 발표된 지 5개월여가 지났지만 구성조차 안되고 있다. 경기도의 588억원 지원 약속도 독립법인을 전제로 한 것이라 당장 내년부터 경기장 건설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분석이다.
민간업체까지 참여하는 ‘제3섹터’ 법인설립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었던 각종 월드컵 관련 사업도 현재 뾰족한 대책없이 표류하고 있는 상태.
◆시공업체 부도 골머리
▽시공사 문제〓주시공업체인 성원건설의 부도로 골머리를 앓은 전주시는 4월20일부터 현장 공동명의로 통장을 개설, 성원건설을 거치지 않고 하도급업체에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원건설은 건설만 담당하는 ‘일꾼’역만 맡은 셈.
진철하 전주시 월드컵추진단장은 “성원건설이 부도가 났지만 하도급업체와 동부, 쌍용건설의 협조로 공사는 별탈 없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주시는 전주종합경기장의 증개축을 놓고 다투다 첫 삽을 뜨는데 7개월여가 늦어져 공사진행률이 떨어지고 있다. 2001년 9월 완공을 목표로 공정은 26% 가량 끝나 서귀포와 함께 최하위권에 속해 있다.
또 쌍용도 현재 화의신청 상태라 자금 여력이 부족하고 동부 역시 형편이 좋지 않아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시공업체인 금호산업의 부정입찰로 도덕성 시비에 휘말렸던 광주는 금호산업이 결국 9월27일 시공권 자진반납을 전해왔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특히 이 문제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광주시장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 금호의 부정입찰이 밝혀진 뒤 두달여가 지났지만 금호에 계속 시공권을 맡길 것인지, 또는 새 시공사를 구할 것인지에 대해 눈치만 보고 있다.
◆한겨울에도 공사강행
▽공기 차질〓올 2월 가장 늦게 공사에 착수한 서귀포경기장은 9일 현재 스탠드 2층 골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불과 2개월전 기초공사 단계에 머물러 공기내 완공이 불투명했지만 타 경기장과는 달리 겨울에도 현장 공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공사를 진척시키고 있다.
시공주체사인 풍림산업 신운식 현장소장은 “현재 18.5%의 실공정을 보이고 있으며 인력과 자재만 제때에 투입된다면 2001년 12월로 예정된 완공 시한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주도의 지반 자체가 약한데다 공기도 폭우나 태풍 등 악천후가 닥칠 경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조립용 콘크리트를 사용하지 못하는데다 모래 등 일부 원자재를 육지에서 운반해 와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원조달 '발등의 불'
특히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34%로 가장 낮은 서귀포시의 재원 조달 능력은 심각하다.
장병순 서귀포시 월드컵추진본부 시설단장은 “공기가 빨라질 경우 유지 관리비가 되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잦은 설계변경〓부산과 대전이 잔디 양생문제로 지붕을 당초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바꿨고 전주 광주 울산 등도 지붕구조를 변경했다. 공기가 오래 걸리는데다 비용까지 많이 드는 것은 해소될지 모르지만 경기장 내용의 부실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월드컵조직위는 “경기장설계 당시 94년도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을 따랐는데 올 초 새 지침이 내려와 어쩔수 없었다”며 “설계와 시공을 한 회사에서 맡아 하는 턴키 방식으로 경기장 건설을 하고 있어 설계 변경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장 설계 자주 바꿔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설계변경으로 공정이 자주 지연됨에 따라 준공일에 맞추려다보면 부실공사의 우려가 있고 준공일을 무시하다보면 대회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이래저래 큰 걱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일부 경기장은 애초 외국 기술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막구조 지붕으로 설계했다 변경하는 바람에 외화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원·서귀포·광주·전주〓배극인·김호성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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