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노먼 로크웰, 20세기 美 최고 인기화가

  • 입력 1999년 11월 9일 19시 58분


20세기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미국 화가는 누구일까? 말할 것도 없이 노먼 로크웰이다.

로크웰이 1916년에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지에 첫발을 들여놓았을 때 이 잡지는 이미 1주일에 200만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당시 이 잡지는 대중적인 영향력 면에서 오늘날의 텔레비전과 비슷한 위치에 있었고, 로크웰은 곧 이 잡지의 가장 대표적인 화가가 되었다. 그는 47년 동안 이 잡지의 표지를 322회나 그렸다.

▼ 보이스카우트 달력 그려 ▼

그는 이밖에도 여러 가지 광고와 달력의 일러스트레이션도 담당했다. 1945년에 뉴요커 지는 로크웰이 그림을 그린 보이스카우트 달력이 매일 16억번이나 사람들의 눈길을 받고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런 인기를 누리는 사람에게 예술계는 경멸의 눈길을 보내기 마련이다. 실제로 예술계는 로크웰을 촌스러운 감상주의자로 취급했다.

그러나 6일 애틀랜타의 하이 미술관에서는 로크웰의 순회전시회가 시작되었다. 2001년에 맨해튼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끝을 맺게 될 이 순회전시회의 의미는 무엇일까? 예술계 일각에서 로크웰을 훌륭한 예술가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뜻일까?

사실 로크웰은 나름대로 훌륭한 예술가였다. 깔끔한 즐거움과 단순한 느낌이 들어있는 그의 그림은 모름지기 좋은 예술이란 어렵거나 보기에 불편한 것이어야 한다는 모더니즘의 기본적인 신조에 도전함으로써 세련된 예술 비평가들과 예술사가들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로크웰의 그림에 슬픔이나 고통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그가 가벼운 그림을 지향했음을 분명히 해준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로크웰 같은 예술가는 바로 그런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청교도주의가 깊숙이 배어있는 미국 문화 속에서 예술 안에 들어있는 즐거움은 교훈에 수반되는 것일 때에만 아무 문제없이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이것이야말로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가 요리나 축구 경기보다 더 도덕적인 본질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작은것 소중함 일깨워 ▼

물론 로크웰의 그림에도 도덕적인 면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변에 깔린 분위기에 불과했다. 그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코믹한 형태로 표현된 현실도피의 일종이었다. 말년에 이르러 로크웰은 무거운 주제를 담은 그림들을 통해 ‘진지한’ 예술가가 되려고 시도했으나 이 때의 그림들이 그의 작품 중에서 예술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편이다.

일상생활의 풍경을 그린 로크웰의 그림들은 20세기 전반의 미국 민중역사를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그는 때로는 작은 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었다.

(http://www.nytimes.com/yr/mo/day/artleisure/rockwell―ar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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