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Living]독신여성 위한 주택건설 붐

  • 입력 1999년 10월 26일 18시 36분


시카고의 건축자재 회사인 오웬스 코닝은 지난달부터 재미있는 TV 광고를 시작했다. 한 미인이 100년에 걸친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성을 둘러싸고 있는 플라스틱 벽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을 발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광고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구매집단인 독신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직업을 가진 여성들과 이혼율이 증가하고, 수명이 길어진 덕분에 독신여성들의 숫자는 지난 15년 동안 3분의 1이상 증가했다. 통계국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미국의 독신여성은 3000만명에 이른다. 이들 독신여성 중 57%가 자기 집을 갖고 있다. 가정과 집에는 반드시 부부와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다.

따라서 이제는 집수리를 직접하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주말이 되면 집수리 용품 전문점들은 여성들로 붐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도구상자 포장지에는 예전 같으면 노출이 심한 미녀의 사진이 붙어있었겠지만 지금은 안전모를 쓴 여성의 사진이 붙어있다.

▼구매력 성장세 최고▼

오웬스 코닝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제리 올레샌스키는 “지난 20년 동안 집수리 분야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크게 변했다”면서 “X세대와 Y세대 여성들은 집수리 계획에서부터 실제 작업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이러한 새로운 경향때문에 이제는 집수리 업계 전체가 변하고 있다. 남편과 이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낸시 스토너(49)는 8년 전 자기 집을 지으려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마치 “남편은 어디 두고 혼자 왔느냐”고 묻는 듯한 사람들의 태도를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포기하지 말라고 그녀를 격려했다. 결국 그녀는 집을 마련했고 현재 그 집을 개조 중이다. 그녀는 “이번에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주 달랐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내가 독신여성이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에 있는 크로스윈즈 컴뮤니티즈사의 버나드 글리버만 사장은 독신여성들이 “지난 5년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구매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젊은 남성들은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가 사는 곳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반면 젊은 여성들은 안전을 위해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집수리도 직접 해결▼

크로스윈즈 커뮤니티즈는 매년 700채의 집을 짓고 있으며 그 중 상당량을 독신여성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독신여성들의 구매력에 관한 연구결과를 담은 ‘다음―가까운 미래의 추세’라는 책을 펴낸 마리안 살츠만은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기업들은 남자와 함께 살지 않고 있는 여성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독신여성들을 대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여성 세 명의 1년간 생활을 기록한 책 ‘마음 내키는 대로’의 저자인 멜리사 로스(32)도 소매시장에서 자기 또래 여성들은 “하는 일이라고는 옷을 사들이는 것밖에 없는 사람들”로 취급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지난 주말에 재노비치 쇼핑센터에 갔을 때 마주친 사람들이라고는 “페인트를 사러 나온 독신여성들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여성들이 독립하려면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집을 한 채 다 가질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방 하나로 만족하겠는가.

(http://www.nytimes.com/library/home/102199single―hous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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