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레이더]70년대 테니스스타 양정순씨 유방암 사투

  • 입력 1999년 10월 22일 19시 14분


“양선생님,빨리 일어나서 예전처럼 왕성하게 활동하셔야죠.”

2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아파트.김두환 대한테니스협회장,주원홍 삼성증권감독,신순호 명지대감독,전영대 건국대감독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강한 항암제 탓에 머리카락이 빠져 모자를 눌러썼고 마스크로 입을 가린 모습.그 어디에도 60년부터 84년까지 최장수 현역선수로 활약하던 여장부 양정순(53)은 없었다.

양씨는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이렇게 찾아와주니 고마워요.생각도 못했는데….요즘엔 꿈에도 테니스하던 옛날 모습이 자꾸 나타나요.”

그런 양씨에게 테니스인 30여명이 모은 1300여만원을 쥐어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유방암과 싸우는 양씨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게 미안했다.

양씨는 74테헤란,78방콕아시아경기에서 거푸 금메달을 땄다.79년부터 89년까진 국민은행 코치직을 겸직,여성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지도자의 길을 밟았고 대한테니스협회의 유일한 여성 이사이기도 하다.

테니스계 ‘여장부’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은 97년.워낙 건강한 체질이라 1차수술을 받고 고통이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병은 재발했고 암세포는 뼈로 옮겨가고 있었다.열흘전까지 두달간 무균실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후배감독들이 지난주 인천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기간에 성금모금 운동을 벌였고 그렇게 모은 1차성금을 이날 전달한 것.

주감독은 “꿋꿋하게 싸우고 계신 양선생님을 위해 25일부터 열리는 전한국선수권에서도 모금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호성기자> 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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