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천년의 인간 (1) 엘로이즈]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엘로이즈는 1100년 혹은 1101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17세때 피터 아벨라르의 제자가 되었으며 곧 그의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19세에 그녀는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엘로이즈는 매우 총명한 여자였다. 덕분에 여성들이 사고능력과 자아를 지닌 존재로 대접받지 못하던 시대에 그녀는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역사 속에서 특히 빛나 보이는 것은 그녀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열정의 즐거움을 평생동안 저주하지도, 잊어버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엘로이즈가 삼촌의 소개로 신학자 피에르 아벨라르를 처음 만났을 무렵 유럽에서는 음유시인들이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낭만적인 사랑을 노래했다. 아벨라르도 여가 시간을 이용해 서정시를 쓰곤 했다. 그러나 파리의 수도원 학교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순수한 의도의 윤리학’이라는 것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순수한 의도의 윤리학’이란 간단히 말해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보다 그 사람의 의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벨라르는 이 이론을 신봉했다. 그러나 이 이론의 작용 원리를 그에게 가르쳐준 사람은 엘로이즈였다. 이미 아이까지 낳은 그들의 관계가 발각됐을 때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와 비밀 결혼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엘로이즈는 자기 삼촌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한편 아벨라르의 신분을 지키기 위해 그런 결혼을 하는 것은 의도가 불순한 일이라며 거절했다.

이들은 죽은 후에야 나란히 묻혔지만 이들이 주고받은 방대한 양의 사랑의 편지는 지금까지 전해지며 서구인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엘로이즈는 법보다 사랑을 더 강조함으로써 향후 900년 동안 서구의 개인 윤리학이 지향하게 될 길을 미리 보여주었다. 그녀가 현대인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열정을 위해 육체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5/album―helois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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