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부산 정재권, PO 1차전서 화려한 재기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폭발적인 측면 돌파에 이은 절묘한 어시스트.’

팬의 뇌리에서 잊혀져가던 ‘그라운드의 쌕쌕이’ 정재권(29·부산 대우)이 명예회복을 노리며 보란 듯이 일어섰다.

20일 부천 SK와의 프로축구 99바이코리아컵 K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이날 왼쪽 사이드 어태커로 선발 출장한 정재권은 2선에서 돌아 나가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이임생 강철 필립 조성환 등 국내 최강의 부천 수비라인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었다.결국 전반 24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볼을 잡아 단숨에 엔드라인 끝까지 질주,미처 전열을 정비하지 못한 부천 수비의 허점을 파고들며 우성용의 결승골을 실질적으로 어시스트했다.

부천에 비해 미드필드가 취약한 부산이 챔피언 결정전 직행을 장담하는 것도 정재권의 화려한 복귀 때문.그가 발빠른 오른쪽 마니치와 이루는 역습공격은 부실한 허리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것이 부산의 자신감이다.

정재권은 올시즌 공격포인트 ‘제로’의 부진을 거듭했다.해외 진출이 무산된 후 새로운 각오로 시즌을 맞았으나 끊임없는 부상과 슬럼프가 ‘지뢰밭’처럼 널려 있었다.

시즌 후반기 들어서는 출장 기회조차 잡지 못해 8월 아디다스컵대회 이후 이날 경기 전까지 고작 두 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그런만큼 정재권은 이날 팀 승리 이후 가슴 깊숙히 눈물을 훔쳐냈다.

“그간 마음 고생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어요.주장 완장을 찼지만 후배들앞에 고개를 들 수 없었죠.”

정재권은 그러나 이제 자신감을 되찾았다.“아직 경기 감각이 완전히 회복은 안됐지만 얼마든지 자신있다”며“팀 우승까지 이끌어내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겠다”고 다짐했다.

‘날개 단’ 그의 발이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 수 있을지 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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