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PO]35세 부산대우 김주성 '마지막 투혼'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8시 29분


“야, 언제 적 김주성이야.”

부산 대우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관중석에서 늘 들을 수 있는 수군거림이다. ‘놀라움’보다는 ‘찬사’에 더 가까운 표현.

하기야 80년대 중반부터 ‘아시아의 야생마’로 이름을 날리던 김주성이 35세인 지금도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동기인 김종부가 거제고 감독, 후배 안성일이 거제중 감독을 맡은 것과 비교해봐도 현역 김주성은 ‘대단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올해 기록만 놓고 본다면 김주성은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 29게임에 출장했지만 득점은 없고 어시스트는 단 한개뿐이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가 ‘한물 간’ 선수가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4―3―3 시스템의 부산 수비를 최종 조율하는 역할에다 이차만, 신윤기전감독이 시즌 중반에 맡긴 플레이메이커까지 그는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센스, 완벽한 공수 조율에다 볼 배급, 아시아 최고 스트라이커로서 원래 갖추고 있던 공격력….

부산이 올해 감독이 두번씩 바뀌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스트시즌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아닌 김주성이었다.

김주성은 말은 못하지만 몸은 말이 아니다. 허리 상태는 가만히 서 있기에도 힘들 정도라 99바이코리아컵 K리그 직전에는 몇차례 결장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싫다는 말 한마디 없다. 열살 아래의 후배들과 부딪치면서도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악착같다.

김주성은 올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고 한다. 내년엔 박사과정을 밟아 ‘제2의 인생’을 살 생각.

부천 SK와의 플레이오프가 어쩌면 그에게 마지막 ‘커튼 콜’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아쉬운 듯 김주성은 부산을 수원 삼성과의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끌려 하고 있다. 양초의 마지막 불꽃이 더 빛나는 것처럼….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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