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핵무장론이 새 밀레니엄을 눈앞에 두고 드디어 수면 위로 확연하게 떠올랐다. 연립정권 제2여당인 자유당 소속 중의원 의원인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51)방위청정무차관이 그 ‘판도라의 상자’를 활짝 열어젖혔다. 그는 19일 발매된 일본판 ‘플레이보이’ 잡지를 통해 “일본도 핵무장에 관해 국회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또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을 지구로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정부는 그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자 20일 그를 경질했다. 각료 등의 과거사 망언이 터져나올 때마다 해임으로 파장 축소를 꾀해 온 수순과 똑같다. 하지만 그같은 경질은 발언 당사자의 정치적 기반을 더 탄탄하게 굳혀주는 ‘훈장’이 되는 게 일본이다. 그리고 그 발언에 담긴 메시지가 점차 현실로 다가서는 게 일본이다. 더구나 일본정계의 여전한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자유당당수는 “(니시무라 발언이) 개인적 견해인 만큼 야당이 추궁해도 그를 사임시키지 않겠다”고 버티기까지 했다. 사견(私見)이라서가 아니라 오자와 자신의 생각과 같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침략 황군(皇軍)의 체험도 없는 전후(戰後)세대로 변호사출신인 니시무라 같은 사람이 대동아공영권 환상 속에 핵무장론을 제기했다는 사실에서 일본 역사교육의 실체도 읽을 수 있다. 지금도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쓰는 세계 제1의 무기수입국이 일본이다. 평화헌법 개정논의도 본격화됐고…. 일본은 어디로 가는가.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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