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재경위]3개그룹 세무조사 정당성여부 공방

  • 입력 1999년 10월 6일 19시 47분


6일 국회 재경위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보광 한진 통일그룹 세무조사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밤 늦게까지 공방을 벌였다.

★여야 밤늦게까지 설전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 11명 대부분이 나서 ‘표적사정’ 주장을 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듯’ 세무조사해 탈세 없는 기업 없는데 굳이 이들 그룹만 조사를 한 데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는 논리였다.

김재천(金在千)의원은 “국세청이 ‘정도세정(正道稅政)’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권도세정(權刀稅政)’을 벌이고 있다”고 공격했다.

김찬진(金贊鎭)의원은 “재계에는 ‘다음 세무조사는 어디냐’는 등의 ‘재벌괴담’이 무성하다”고 힐난했다.

★野 "표적사정 아닌가"

안택수(安澤秀)의원은 재계 랭킹 6위의 한진을 국세청 단독으로 세무조사를 벌일 수 없다면서 ‘상부’의 지시 여부를 집중추궁했다.

안의원은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이 ‘독자적 판단’이었음을 강조하자 “한진이 지난 대선 때 김대중(金大中)후보를 정면으로 지지하지 않아 조사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일부 자민련 의원들도 한나라당을 거들었다. 변웅전(邊雄田)의원은 한진 추징금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면서 “태극마크를 단 대한항공의 날개를 꺾으면 추락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정우택(鄭宇澤)의원은 세무조사 착수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안청장의 답변에 “대통령제 국가에서 누가 그 말을 믿겠느냐”고 흥분했다.

★與 "개혁작업의 결과"

반면 국민회의 의원들은 국세청의 조사를 ‘국민의 정부’에서만 볼 수 있는 개혁의 결과라며 옹호했다.

한영애(韓英愛)의원은 “국세청이 거듭 나서 천문학적인 수치의 탈세사실을 밝혀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를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정치공세로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나라당은 왜 세금 문제만 나오면 국세청을 공격하느냐”고 반격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의원에게 “국세청 대변인이냐”고 비아냥댔다.

정한용(鄭漢溶)의원은 “그동안 재벌과 일부 언론사의 사주가 불법 비리를 자행하고도 ‘성역’ 속에 안주했던 것은 정통성이 결여된 역대 정권과 결탁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에 대한 ‘단죄(斷罪)’를 높이 평가했다. 정세균(丁世均)의원은 “한진의 탈세 사실은 외국과의 거래를 추적해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안청장을 추켜세웠다.

반면 김근태(金槿泰)의원은 조세사범에 대한 엄벌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세무조사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게 관례인데 유독 이들 그룹에 대해서만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 신뢰성에 의문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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