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박형상/이해대립사건 회피말고 다뤄야

  • 입력 1999년 10월 3일 19시 08분


우선 사진 한장부터 이야기 해보자. 9월 30일자 A23면 ‘판교 톨게이트 통행료 대란’기사에는 “500만원 수표…499만8900원 거스름” 사진이 딸려 있다. 동아일보가 ‘사진제공 한국일보’라고 그 출처표시를 떳떳이 해준 것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다른 신문과 비교해 보니 사진 설명이 조금씩 달랐다. 사진을 제공한 한국일보의 기사는 “도로공사측이 놀란 표정의 운전자에게 거스름돈 499만8900원을 곧바로 건네주고 있다”고 동아일보와 같은 설명을 했다. 그러나 A 신문은 “…도공측은 1만원짜리 현금이 든 금고를 현장으로 들고와 499만8900원을 거슬러 주었다”고, B신문은 “한 운전사가 500만원짜리 수표를 내자 정산소의 돈을 모아 통행료 1100원의 거스름돈을 건네주고…”라고 다르게 보도했다.

어느 신문인가는 현장을 직접 취재하지 않고 대충 듣고 베껴쓰다 보니 이같이 다른 사진 설명이 나왔으리라고 본다. 독자 입장에서는 “현장 사진이 곧 현장의 진실”이라고 믿기 십상이다. 사진 한 장이라도 그 촬영 경위를 정확히 설명해주기 바란다. 하찮은일 같지만 신문기사의 신뢰도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영화 ‘거짓말’에 관한 우리 언론의 태도를 살펴보자. 신문이 떠맡아야 할 역할의 하나는 공정한 여론형성 기능이다. 우리의 언론은 정작 두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적 쟁점에 대하여는 본격적 접근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면 영화담당자와 대표적 영화 평론가들은 평소의 태도와 달리 어정쩡하게 침묵해버리고 영화 제작자측과 평론가들만이 한쪽에 모여 영화 ‘거짓말’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의 경쟁부문 후보작이 되고부터는 모든 언론매체에 한국의 영화심의 제도가 마치 후진국의 야만적 검열제도인 듯 간주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 이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탈락하자 다시금 잠잠해져 버렸다. 그러나 미묘한 사회적 논란거리일수록 거침없이 또한 지속적인 공개토론을 하도록 유도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겠는가. 영화 ‘거짓말’이 우리 사회에 과연 어떤 모습으로 수용되어야 마땅한지 좀더 심층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는가. 장선우 감독의 영화 전부에 대한 검토,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들과의 직접 인터뷰, 공연윤리위원회와 한국공연예술진흥회라는 종전의 심의제도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언급한 헌법재판소의 판례, 그리고 문화관광부장관이 표명한 성인전용영화관 허용방침(9월30일자)까지 총괄하는 보도가 아쉬웠다.

9월 30일자 신임 대법원장 인터뷰기사는 구석진 곳에 별내용없이 아주 조그맣게 취급되고 있다(A22면). 지난번 대법원장 지명기사도 1면 톱기사로 처리한 일부 신문과는 달리 A1면 중간톱기사(9월17일자)로 처리했다. “이익집단으로부터 사법부 독립돼야”라는 전임 대법원장의 외부 강연기사도 사회면 한모퉁이에 작은 단신(8월17일자 A23면)으로 처리했다.

물론 지면 배정 크기를 통해 대법원장의 권위를 잴 수는 없겠지만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대법원장의 지위는 검찰총장과 비교되는 자리가 아니다. 3권분립의 한 축이다.

우리 헌법에 표현된 대법원장 지위의 정당한 권위는 나름대로 뒷받침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풍토에서라야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지 않겠는가.

박형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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