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판 통신/파리]조혜영/'행복의 기술'

  • 입력 1999년 10월 1일 19시 13분


▼ '행복의 기술'

달라이 라마 하워드 커틀러 지음/ 로베르 라홍 출판사

파리 서점의 진열장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관한 책과 나란히 달라이 라마의 얼굴이 표지에 실린 책들이 늘 전시되어 있다. 이것은 가톨릭 국가(전 인구의 68%가 가톨릭 신자)인 프랑스인들의 불교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 6월 프랑스에 선보인 달라이 라마의 ‘행복의 기술’은 피가로지 등 권위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최근들어 매주 등장하고 있다. 미국인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와의 대담 형식으로 꾸며진 이 책은 98년 미국에서 출판된 책의 불역판.

달라이 라마는 이 책에서 생의 목표는 행복임을 밝히고, 인간이 겪는 여러 고통들에 대해 불교적 시각에서 해결책을 말한다.서양의 합리적 이성으로 파악되거나 해결될 수 없는 현상을 고(苦), 업(業), 전생(前生)의 존재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 고독, 공포, 무의식의 포로가 된 현대인에게 행복의 조건으로 영적인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롭게 일깨운다.

불교인이 서양인에게 깨우쳐주는 이 ‘행복의 기술’은 제목부터 시사점이 많다.

‘행복’은 서양의 윤리관을 형성한 근본 개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궁극적 행복은 선(善)의 추구에 있다고 했으며, 그리스도교에서는 지복(至福)은 신과의 결합에 있다고 가르친다. 이들은 모두 ‘영속적, 주체적 존재’로서의 인간 개념에서 출발한다. 반면 연기설(緣起說)을 바탕으로 한 불교에서는 무아(無我)의 인식이야말로 해탈을 향한 첫 걸음이라고 가르친다.

프랑스의 불교신도는 현재 약 60만명. 이중 프랑스 거주 아시아인을 제외하면 15만명의 프랑스인이 불교에 귀의했다.

이들 프랑스신도의 3분의 2가 티베트불교 명상센터에서, 나머지는 선불교 센터에서 수행한다. 그들은 불교에서 참된 ‘행복’을 구하며 발견한다.

조혜영(프랑스 국립종교연구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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