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NGO대회 조영식공동대회장

  • 입력 1999년 9월 29일 19시 31분


《전세계 비정부기구(NGO)들이 한자리에 모여 20세기 인류문명을 회고하고 21세기의 새로운 문명사회를 전망하는 ‘서울NGO세계대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뜻을 세우고, 힘을 모아, 행동하자(Inspire, Empower, Act)’를 슬로건으로 10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을 중심으로 열린다. 국내외의 다양한 NGO들이 참여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대비한 NGO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논의와 함께 각국 NGO들간의 협력증진방안도 깊이있게 모색될 예정이다. 경희학원 학원장으로 이번 대회를 서울에 유치하고 준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조영식(趙永植·78)공동대회장을 만나 이번 대회의 의미와 준비상황 등을 들어봤다.》

―대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준비는 잘 돼 가고 있습니까.

“이제 행사 준비가 거의 끝난 상태입니다. 현재 국내 328개 NGO와 91개국의 481개 NGO에서 5300여명이 참가 등록을 마쳤습니다. 최종적인 참가인원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봅니다.”

―외국의 유력인사들로는 어떤 분들이 오십니까.

“차베스 베네수엘라대통령을 비롯해 메리 로빈슨 전아일랜드대통령, 카라소 전코스타리카대통령, 에스트라다 필리핀대통령부인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차베스대통령은 주제발표도 할 예정입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대통령은 부인 라이사여사의 사망 때문에,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동티모르사태 때문에 참가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그밖에 유엔사무차장 5명과 유엔산하 17개 기구 대표들이 모두 참가합니다. 유엔이 통째로 온다고 봐도 될 정도죠. 이밖에도 ‘세계대학총장회(IAUP)’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0여명의 외국 대학 총장들도 오기로 했습니다.”

―대회를 유치하게 된 경위와 배경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이끌고 있는 ‘밝은사회클럽국제본부(GCS)’에서 황금만능주의와 과학기술지상주의 등 실용적인 가치로 인해 소외된 도덕과 양심 등 본원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93년에 ‘도덕과 인간성 회복운동’을 제창한 적이 있습니다. 이 주제로 한국에서 국제NGO대회를 유치하면 좋겠다는 뜻을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당시 유엔사무총장에게 전했는데 ‘적극 도와주겠다’는 대답을 받아냈습니다. 그 후 갈리총장 후임으로 취임한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해 이뤄졌습니다. 97년 초부터 1년반 동안 실무협상이 진행됐죠. 유엔경제사회이사회 NGO협의회(CON

GO)와 유엔공보처 NGO집행위원회(UNDPI)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도덕과 인간성 회복’이란 주제를 포괄하는 큰 주제로 NGO세계대회를 열게 된 것입니다. 유엔은 20세기를 종합하면서 그동안 열렸던 리우환경회의(92년) 코펜하겐사회개발정상회의(95년) 베이징(北京)여성대회(95년) 등에서 나온 선언들을 NGO의 입장에서 평가하고 21세기 NGO의 역할과 과제 등을 제시하는 자리로 하자고 제안했고 이를 수락해 대회를 열게 됐습니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21세기는 ‘NGO의 사회’가 될 것입니다. 간접민주주의에서 탈피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사회 또는 참여민주사회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NGO가 갖는 의미는 자명해집니다. 개별 국가가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 가령 전쟁과 기아, 환경문제 등은 NGO의 주요사업이 될 것입니다. 21세기에 NGO는 국가를 뛰어넘는 위상을 갖게 되겠죠. 그런 맥락에서 이번 NGO대회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행사가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아홉번에 걸쳐 열렸던 NGO대회는 사실 유엔이 주최한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NGO들이 기획하고 주관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릅니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NGO의 역할은 어떤 것이 돼야 할까요.

“지난해 세계평화의 날 기조연설에서 ‘21세기에는 시대정신이 바뀔 것’이라며 ‘국제화 민주화 인간화 복지화시대가 온다’고 밝힌 적이 있어요. 국가간 공동운명체의 시대가 온다는 얘기입니다. 정치인은 자신이 속한 국가를 먼저 생각하겠죠. 그러나 21세기의 NGO는 다릅니다. 지구촌 단위의 동시생활권시대를 사는 세계시민들을 위해 국가보다 먼저 전쟁방지와 환경 등 모든 이슈에 앞장서게 될 것입니다.”

―이번 행사의 슬로건인 ‘뜻을 세우고, 힘을 모아, 행동하자’에 담긴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 슬로건에는 NGO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자율과 자유에 바탕을 둔 교류와 권리와 책임의 강조…. 향후 시민사회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격려하는 등 모든 정책에 있어 NGO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가령 건전한 비판이 아닌 무조건식의 정부비판은 사회를 결국 ‘우중(愚衆)사회’로 몰고가 파국을 낳을테니까요. 이 슬로건에는 이런 내용들이 모두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국내 NGO들은 어떤 일을 하게 됩니까. 또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준비돼 있습니까.

“우선 외국의 NGO들과 토론하는 자리가 많이 준비됐습니다. 그렇지만 이것 저것 간섭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는 게 NGO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문화예술공연이 많이 열립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뜻이 맞는 시민들끼리 모여 활동하는 게 NGO입니다. 이번 대회는 모든 국민이 NGO에 대해 생각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NGO들은 연륜이 짧고 전문성과 책임의식도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NGO와 정부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NGO와 정부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도 어긋나죠. 정부에서는 앞으로 좋은 NGO를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NGO 역시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 하겠지요. 이번 대회가 정부와 NGO 모두에게 서로를 알고 친구가 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대회가 1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우선 ‘아시아NGO협회’나 ‘유엔평화공원’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NGO센터’ 건립도 구상중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회 그 자체입니다. 일단 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난 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일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대담=권순택사회부차장·정리〓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