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전진우/축구와 냄비기질

  • 입력 1999년 9월 26일 18시 58분


오늘 저녁 잠실에서 열리는 한일 올림픽대표 축구 2차 평가전의 관전 포인트는 무얼까. 20일전 도쿄에서 가졌던 1차 평가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4대1로 참패했다. 그런 만큼 국민은 무엇보다 통쾌한 설욕을 기대할 것이다. 적지에서 크게 졌으니 홈에서라도 이겨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오로지 승부에만 매달릴 노릇은 아니다. 축구만은 절대 일본에 질 수 없다며 열을 올리는 ‘민족감정’도 이제는 자제되어야 한다. 그런 ‘애국심’은 한국축구 발전에 별 도움이 안된다. 우리가 승부에만 연연한 채 이기면 ‘영웅’이요, 지면 하루아침에 ‘역적’이 되는 사이 일본축구는 한걸음 한걸음 다가와 어느새 한국축구를 추월하고 있다. 그 앞서 나가는 일본축구를 보아야 한다.

▽1차 평가전은 일본의 걸출한 게임메이커 나카타 히데토시(22)가 연출해낸 한판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허리진이 약한 한국팀은 나카타에게 휘둘린 채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 나카타가 오늘 저녁 2차 평가전에는 나서지 않는다. 소속팀인 이탈리아 페루자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당연히 ‘나카타 없는 일본팀’의 경기운영이다. 승부는 나카타 없는 일본의 허리를 한국이 어느 정도 장악할수있느냐에달렸다.

▽하나 지고 이기고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는 왜 나카타 같은 선수를 키워내지 못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이 6년 전부터 각 프로구단에 유소년팀 운영을 의무화하는 등 장기적 축구발전 프로그램을 추진해오는 동안 우리는 그저 눈앞의 승리만을 요구해오지 않았던가. 와르르 끓다가 단번에 식어버리는 냄비기질로는 안된다. 그건 비단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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