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

  • 입력 1999년 9월 21일 18시 45분


나의 부친(78세)이 병원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을 때였다. 만원이어서 앉기는커녕 설 자리도 변변치 않았다. 한 손으로는 기둥을 잡았으나 다른 한손은 양복주머니에 있는 지갑이 불안해 윗옷을 감쌌다.

68번가 역에 도착했을 때 차가 갑자기 서 양손으로 몸을 지탱해야 했다. 사람들이 내리고 다시 출발하려 할 때 주머니를 만져보았더니 어느새 지갑이 없어졌다. 옆에 섰던 젊은이가 플랫폼에서 사람들 사이로 달아나듯 급히 움직였다.

부친은 차에서 내려 젊은이를 쫓아갔다. 오른 손으로 주머니 속에 권총을 든 것처럼 하고 주머니 속의 손가락으로 젊은이의 옆구리를 찔렀다. “내 지갑”하고 소리치며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당황한 젊은이는 지갑을 내놓고 재빨리 사라졌다. 병원에 도착한 부친의 혈압은 평소보다 훨씬 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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