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들도 그러고 교도관들도 말하지만 징역에선 먹는 것이 절반 이상 아니 팔십 프로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취장에서 다달이 식단을 짜서 가격과 정량을 공고하도록 정치범들이 싸워서 얻어냈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종이에 찍힌 차림표는 그럴 듯 해보였지만 워낙 수인 일인당 부식비가 형편 없고 조리하는 이들도 모두 같은 재소자들이라 겉모양부터 메뉴와는 비슷하지도 않다. 찌개나 국이나 조림이나 건더기만 다를 뿐 거의 똑같다. 건더기는 적고 국물만 잔뜩 들어있다. 이를테면 생선조림이라고 해놓고 부서진 가시뿐인데 국물만이 가득히 식기에 담겨 들어온다. 왈왈이들은 취장에 당부해서 따로 생선 토막들을 건져다가 양념을 덧붙여서 제대로의 조림을 해먹는다. 교무과 도서실에서 많이 빌려다 보는 건 여성지의 부록으로 나온 요리책들인데 나도 초창기 징역 때 많이 빌려다 읽었다.
돌솥 비빔밥을 지어 먹어 볼까나. 당근을 채썰어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하여 볶아주고, 콩나물을 데쳐서 참기름 소금 깨소금으로 양념하고, 쇠고기도 채썰어 갖은 양념으로 무쳐 볶아내고, 애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저며 썰어 참기름, 소금으로 간하여 볶아 준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고기를 볶다가 고추장과 물과 설탕을 넣어 함께 볶아서 자작하게 조려지면 마지막으로 잣을 섞어 고추장 볶음을 만든다. 돌솥에 밥을 담고 준비한 당근 쇠고기 애호박 볶음과 콩나물 무침을 얹고 달걀을 깨뜨려 얹는다. 돌솥을 불 위에 얹어 밥이 뜨거워질 때까지 두었다가 내려서 볶은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만두국을 끓여 먹자. 밀가루에 소금을 조금 넣고 물을 부어 부드럽게 반죽을 해서는 젖은 헝겊을 덮어 둔다. 숙주는 깨끗이 다듬어 데쳐서 잘게 썰고 두부는 베 보자기에 싸서 물기를 짜고 으깬다. 돼지고기는 잘게 다진다.
<글:황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