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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7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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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법 제도상 북한이 설정한 해상군사통제수역이란 제도는 없다. 북한은 동해에도 북한 해안에서 약 50해리에 달하는 해상군사통제경계선을 설치하고 있으며 이번에 서해에서도 이를 본뜬 것 같다.
이와 국제법상 유사한 제도로 전시에 교전당사국들이 설정하는 전투수역이 있다. 전시에 중립국 내지 제삼국의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전투수역을 설치해 제삼국 선박을 통제 보호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일단 전투행위가 정지되고 휴전협정이 체결되면 중단되고 휴전협정에 의해 선박은 수역 출입이 규제된다.
현재 시행되는 NLL은 53년 휴전협정체결시 유엔군이 실제로 지배하고 있는 수역에다 일방적으로 설정한 이후 약 50년에 가까운 기간 시행되고 있다. 북한은 이 관행에 대해 그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묵인했다. 국제법상 묵인이라는 제도는 곧 승인으로 이어지고 승인이 오랜 시간을 경과하면 일방적 주장이라도 권리로 변형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97년 비행정보구역을 조정할 때 NLL을 기준으로 설정했는데 북한은 ICAO에서 조정한 구역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기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인정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바다와 바다 상공에는 일반적으로 동일한 국제법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또 84년 북한이 대남쌀 수송선박을 NLL북쪽 해역까지만 호송하고 돌아간 적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북한이 NLL을 묵시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수역통제경계선은 NLL이남의 남한측 경제수역 안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또 남한 영토인 서해5도를 북한해상통제수역 내에 일방적으로 포함했기 때문에 국제법 위반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북한의 해상군사통제수역 설정은 북한이 휴전협정에 의한 군사분계선을 평화시의 영토및 영해경계선으로 혼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북한은 해상군사통제수역을 획정할 때 등거리선 원칙을 사용해 설정했는데 과거 휴전협정체결 관행으로 볼 때 군사수역 경계선에 등거리선 원칙을 적용한 예는 없고 그러한 국제법상의 규범도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이 무력으로 해상군사통제경계선을 실행에 옮길 때는 유엔군과 한국은 유엔헌장 제51조에 규정돼 있는 자위권을 발동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처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국제법상의 불법행위를 감행할지, 또 그렇게 해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NLL에 대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남북합의서의 바탕 위에서 대화에 응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정일(한양대 법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