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ports]그라프"완벽함 추구했던 선수일뿐"

  • 입력 1999년 8월 22일 19시 47분


20세기의 여자 테니스계를 지배한 슈테피 그라프는 자신의 역사적 위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피하곤 한다. 그녀가 “그 판단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갑자기 은퇴를 선언했다.

그녀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걸까. 그녀는 그랜드 슬램을 적어도 네 번이나 달성한 유일한 여자 선수이자, 남녀를 막론하고 186주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보유했으며 모두 합해 377주 동안 세계 랭킹 1위의 자리에 있었던 유일한 선수다.

그녀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을 자신에게서 돌리는 유일한 방법은 그녀 이전에 테니스계를 지배했던 위대한 선수이자 그녀의 라이벌이었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찬양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17일 독일의 DPA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게 있어 그녀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선수”라고 말했다.

그라프의 이 말에 대해 나브라틸로바는 “그녀의 말은 친절한 것이지만 나는 누가 제일 위대한 선수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처음에 나는 최고가 되고 싶었고 그 다음에는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그 자리에 가까이 갈수록 그게 다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사실은 일단의 위대한 선수들이 있을 뿐이며, 슈테피도 나도 그들 중의 한 명이다… 사람들이 나더러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하면 나는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리고 사람들이 슈테피를 가장 위대한 선수라고 하면 나는 ‘그럼 난 뭐야. 허깨빈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라프는 17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위대한 선수에 대한 논쟁을 피했다. 그라프가 원했던 것은 선수로서의 위대함이 아니라 완벽함이었다. 자신이 더이상 그랜드 슬램 경기에서 완벽한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는 전미 오픈대회가 열리기 전날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달 윔블던 결승에서 그라프를 이긴 린제이 데이븐포트는 “그라프는 어느 경기에서나 위협적이었지만 그랜드 슬램 대회는 만만하지 않다”면서 “나는 그녀가 전미 오픈에서 선수생활을 끝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가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다”고 말했다.

그라프는 강한 선수였다. 요즘의 신세대 선수들은 그녀의 미끄러지는 듯한 백핸드 슬라이스를 경멸하면서 그녀의 얼음 같은 침착함과 경주용 말 같은 체력을 부러워했다. 그녀 이전 세대의 선수들은 그녀의 힘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6월의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그라프에게 패한 마르티나 힝기스는 “그녀는 위대한 전설”이라면서 “그녀와 같은 선수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sports/tennis/081899ten-finn-colum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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