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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8월 2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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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대로를 달리던 홈런레이스가 일순간 막히자 이승엽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88㎏이던 평소 몸무게가 2㎏이상이나 빠졌다.
타격폼이나 스윙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연습 때는 평소와 다름없는 타구를 날려보내는데 실전에만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결국 주위의 홈런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중압감이 그 이유일 수 밖에 없다.
김용희 삼성타격코치는 이승엽의 홈런포가 침묵하는대 대해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잘라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19일 경기 시작전 이승엽의 모자에다 흰색 수정펜으로 ‘기술보다 마음으로 쳐라’라고 썼다. 타격코치가 보기에도 이승엽이 지나친 심적 부담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 나서기전 평소와는 달리 배팅연습을 거의 하지 않았다. ‘연습벌레’로 소문난 평소의 그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뭐든지 해본다’는 생각에서 경기시작전 연습을 생략하는 하나의 ‘모험’을 걸어본 것. 그러나 결과는 3연속 삼진 등 5타수 1안타의 부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었을까. 그는 18일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아기사자 ‘여비’가 있는 에버랜드로부터 생일선물로 받은 호랑이 수염을 유니폼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 혹시라도 행운이 올까해서다.
삼성구단은 그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음악을 크게 튼다는데 착안, 대구구장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등장할 때 요즘 그가 좋아하는 엄정화의 댄스곡 ‘페스티벌’을 매번 틀었다. 그러나 이마저 통하지 않았다. 결국 주위의 노력보다는 그 자신이 평상심을 찾는 것이 선결과제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