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인터뷰]'아줌마는 나라의 기둥'펴낸 김용숙씨

  • 입력 1999년 8월 16일 20시 27분


참여연대 문화사업국장까지 지냈지만 시민운동가보다는 시민운동꾼이 더 잘 어울리는 김용숙(金用淑·47)씨. 최근 아줌마의 저력을 예찬한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김영사)이란 책을 냈다.

“아줌마가 조금만 변하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줌마는 남편통제권 자녀교육권 소비선택권 등 대단한 권한을 쥐고 있어요. 그러나 사회의 문제점을 보는 ‘눈’이 부족하지요.”

탤런트 스튜어디스 남대문시장 장사꾼 경력을 가진 아줌마가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된 것은 3년간 국가를 상대로 세금재판을 벌이면서부터. 5년 전 8500만원짜리 세금고지서가 날아들자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변호사 없이 재판을 벌였고 아줌마의 ‘저력’으로 이길 수 있었다.

“재판에 이겼을 때 예전에는 중요했던 것들이 중요하지 않게 됐고 또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이 무척 중요해졌어요. 아들의 모의고사 점수나 남편의 월급인상 보다 동네쓰레기가 어떻게 치워지고 우리동네 시의원이 얼마나 제대로 된 사람인지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공무원 잡는 시민운동꾼’인 된 것도 이때부터.

“시민을 앞에 두고 무시하고 이리가라 저리가라 ‘똥개훈련’시키고 죄인 다루듯이 윽박지르고 하는 모습을 참지않겠다는 것 뿐입니다. ‘귀찮으니 이번만…’ 혹은 ‘나와 상관 없으므로’ 공무원의 부당한 행위를 그냥 넘기기 시작하면 변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바로 보고 분노하고 싸우고 고쳐야지요.”

그가 생각하는 시민운동도 시민들이 뜻과 힘을 모아 사회를 맑게 하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돈이나 시간, 전문성 등 무엇이든지 보태면 된다. 그는 특히 아줌마들에게 ‘민원서류 쓰기 운동’을 권한다. 아줌마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민운동이라고.

“불편함이나 부당함을 느낀대로 적어 민원창구에 접수시키면 돼요. 말로는 아무리 따져도 코방귀만 뀌던 사람들이 민원은 서류로 남는 증거니까 무서워 해요. 확실히 효과적입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상담원(월∼금요일 오전10시∼낮12시·02―723―8119)으로 일하는 그는 “스스로 싸워 권리를 찾아야 남을 도울 수 있다”며 “찾아주는 대신 찾는 방법을 일러준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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