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완배/우선순위 바뀐 防災투자

  • 입력 1999년 8월 5일 19시 34분


홍수때 수량(水量)을 조절할 수 있는 저수지 역할을 하는 유수지(遊水池) 1개를 건설하는 데는 180억원 가량이 든다.

경기 파주시 문산읍 주민 2만8000여명은 이 180억원짜리 유수지를 갖지 못해 96년 220억원의 피해를 보았고 금년에도 그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아직 이번 호우에 대한 전국적인 재산피해의 공식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작년의 1조2000억원보다 적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엄청난 피해에 대해 전문가들은 “피해액의 10분의 1만 예방에 투자했어도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립방재연구원의 심재현(沈在鉉)박사는 “자연재해에 대해 ‘이골’이 나있는 일본에서는 복구비용의 30∼40%만 예방에 투자해도 경제적으로 훨씬 이익이라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해대책 관련예산은 ‘예비비’로 편성돼 있다. 예비비는 재해가 난 이후 복구에 사용되는 비용으로 ‘사전예방’과는 전혀 다른 개념. 국가가 ‘예방’보다는 ‘사후복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다. 아직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방재전문인력도 없다.

선진국에서는 자치단체별로 10년 넘게 방재만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공무원이 배치돼 있고 매월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순환근무를 시킨다는 명분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가 없다. ‘생기는 것 없는 자리’에 오래 있으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방재에 관련해 쓰는 돈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재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 돈은 낭비한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거듭된 수해는 우리에게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재난에 대한 ‘사전 투자’가 가장 확실한 재난 방지책이다.

이완배<사회부>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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