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플라자]컴팩코리아 황지혜 대리

  • 입력 1999년 8월 5일 18시 23분


“책임자는 함께 안오셨나요?”

컴팩코리아의 황지혜(黃知惠·29)대리가 최근 5개월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이런 협상을 어떻게 당신하고 하느냐”는 질문도 비슷하게 많이 받았다.

황대리가 난감한 질문을 자주 듣는 것은 업무의 특성 때문이다. 그는 컴팩의 CSP(Compaq Solution Partner) 프로그램을 혼자서 맡고 있다. CSP는 우수 솔루션을 보유한 벤처기업들과 제휴를 해 마케팅 기술개발 시장개척 등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로 만든 프로그램.

따라서 새로운 벤처기업들을 찾아내 협상을 하고 제휴를 하는게 황대리의 일. 협상의 상대는 주로 벤처기업 사장이나 임원들이다.

황대리는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40∼50대 어른들”이라며 “모두들 컴팩측 협상 책임자가 20대 여직원이라는 사실에 놀라서 되묻곤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4월초 한 업체를 찾아갔을 때의 일.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장님’은 황대리의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한 채 계속 주변을 둘러보았다. “같이 온 사람이 없다”고 황대리가 설명하자 그 ‘사장님’은 협의를 하는 동안 줄곧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황대리는 “그 표정은 마치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이런 어린 여자 아이하고 협상을 하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꾸준한 만남 끝에 지금은 누구보다 황대리를 믿고 ‘프로’로 인정해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그는 “컴팩에서는 업무를 맡은 사람이 직급에 상관없이 그 일에 관한한 최고 결정권자”라며 “국내기업에선 아직도 직급의 높고 낮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출발은 이처럼 힘들었지만 황대리는 타고난 저돌성으로 애로를 헤쳐나갔다. 그 결과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불과 4개월만에 파트너 업체를 80개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당초 올 연말로 잡았던 ‘100개 업체 제휴’ 목표를 9월로 앞당길 수 있게 됐다.

황대리는 CSP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컴팩과 제휴업체들이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 이득을 주고 있다는 설명.

우선 파트너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고가의 중대형 컴퓨터 장비가 필요할 때 컴팩으로부터 장비를 무상으로 빌리거나 원가에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았다.

컴팩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공동으로 참가할 수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메디다스라는 의료 정보 전문업체는 6월초 열린 약업박람회에 컴팩과 함께 공동마케팅을 벌여 이 행사에서만 700건의 솔루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하드웨어 업체인 컴팩으로서는 우수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데 CSP를 통해 우수 벤처기업들을 단기간에 비즈니스 동반자로 얻었다는 게 가장 큰 소득. 또 이들 파트너들이 솔루션이나 소프트웨어를 팔 때 컴팩 제품도 함께 고객에게 권해 직접적인 판매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컴팩측은 밝혔다.

CSP는 어느새 컴팩의 주요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고 황대리에게는 보상이 뒤따랐다.최근 아태지역본부 임원이 한국 지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황대리의 실적을 높이 평가해 즉석에서 50만달러 예산 지원을 약속한 것.

황대리는 “어린 사람을 믿고 기꺼이 제휴를 해 모든 벤처업체들이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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