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최영훈/공안검찰의 「업보」

  • 입력 1999년 7월 28일 19시 35분


진형구(秦炯九)전 대검공안부장은 28일 오후3시경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을 나서 법원으로 향했다.

꼬박 이틀 동안 후배검사들의 모진 추궁을 받느라 진이 빠진 듯 초췌해진 진씨의 얼굴에는 회한의 빛이 감돌았다.

‘공익의 대표자’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검사는 직권남용을 하지 않도록 다른 공직자보다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공안최고책임자였던 그는 자신이 가진 ‘칼’을 잘못 휘둘러 부메랑처럼 돌아온 그 ‘칼’에 의해 구속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인혁당 사건 등 조작시비가 일었던 공안사건에도 유사한 일이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대형 노동사건 등을 수임했던 인권변호사들은 과거에도 ‘직권남용 의혹이 짙은’ 사건들이 꽤 있었다고 말한다.

94년의 철도 및 지하철파업사건도 공안검찰이 깊숙이 개입해 파업으로 치닫게 했다는 의혹이 짙은 사건이라는 것.

당시 변호를 맡았던 조용환(趙庸煥)변호사의 술회. “권영길위원장과 남재희장관이 만나 ‘사태를 평화적으로 풀자’며 새벽에 만나 협상을 하기로 굳게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남장관도 모르는 사이에 경찰이 동원돼 철도 지하철파업으로 치달아 버렸다. 그후 남장관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은 사실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했다.”

법조인들은 비단 이 사건말고도 ‘사건을 꾸며낸 게 아니냐’는 의혹은 가지만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날 오후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진씨는 어쩌면 그동안 공안검찰이 쌓아온 ‘업보’를 짊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최영훈기자(사회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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