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천지검의 「쿠데타」

  • 입력 1999년 7월 27일 18시 56분


경기은행 로비사건 수사를 둘러싼 궁금증 한가지가 풀렸다. 인천지검이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와 주혜란(朱惠蘭)씨 부부 구속이후 더이상의 수사를 머뭇거린 이유는 대검과의 갈등 때문이었다는 보도다. 당초 임지사 부부를 소환할 때만 해도 기세 좋던 인천지검이 주씨가 받은 4억원의 행방, 최기선(崔箕善)인천시장 등 지역 유력인사들의 부당대출 압력과 수뢰의혹, ‘이영우(李映雨) 미스터리’ 등 제기되는 의혹마다 회피하거나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더니, 검찰내부에 그런 속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 대검과 인천지검의 갈등 밑바닥에는 무엇보다 일선검사들의 변화욕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권의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대검의 타성에 젖은 ‘알아서 기는’ 행태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대검은 “최시장은 수사하지 않는다”고 단언해 왔다. 인천지검 수사관계자들이 그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알 듯 모를 듯한 수수께끼같은 답변으로 일관한 것도 이제는 알 만하다. 대검의 입장을 거스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사를 포기할 수도 없는 자신들의 입장이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지검은 최시장을 수사하지 않고 넘어간다 하더라도 그의 혐의가 경기은행사건 관련자들의 재판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소환수사를 거듭 주장했다는 보도다. 그저께 최시장 소환문제를 놓고 대검과 입씨름을 하는 동안 인천지검의 말은 불과 4시간여 사이에 ‘수사계획 없다’―‘현재로선 수사계획 없다’―‘이번주 소환하겠다’로 바뀌어 갔다. 이날 인천지검의 최시장 소환방침 관철은 검찰 일부에서 ‘쿠데타’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검찰은 특검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서울지검으로 하여금 파업유도의혹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했다. 검찰총장 등 상부에서는 수사지휘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중간보고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수사본부장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수사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김태정(金泰政)전 법무장관과 진형구(秦炯九)전 대검공안부장을 소환조사하는 데도 거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최시장 소환을 둘러싼 대검과 인천지검의 갈등 과정을 보면 대검이 진정 정치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정치권의 영향을 받고 있거나 ‘알아서 기는’ 과거의 풍조에 젖어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일선검찰의 특정사건 수사에 일일이 개입하고 싶어하는 고질병이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 이래가지고는 새로운 검찰상을 정립할 수 없다. 여하튼 인천지검이 이번 경기은행사건에서 한점 의혹이라도 남긴다면 검찰 전체의 명예에 또다시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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