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이상과열 가계살림 『흔들흔들』

  • 입력 1999년 7월 15일 19시 12분


가계(家計)부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개인파산이 급증하는 등 경기 회복조짐이 무색할 정도다.

▽자산가치 상승으로 소비심리 만연〓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일 내놓은 ‘최고경영자 메모’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4∼6월) 이후 평균 소비성향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분기별로 살펴본 명목 가계소득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0.5∼14%씩 줄어들었다.

3월말 기준 할부금융사나 카드사들이 가계에 빌려준 ‘판매신용액’은 20조2000억원. 3개월새 2조3851억원이 늘었다. 판매신용에 일반 가계대출을 더한 가계신용도 3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는데도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최근 소비심리 확산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개인파산 급증〓자신의 형편을 넘어선 무리한 소비는 각종 신용사고를 부르게 마련이다. 가계의 금융기관 대출금 연체율은 올 4월 10.6%. 97년말의 2.7배 수준이다. 96년 8500억원 수준이었던 연체대출금(6대 시중은행 기준)은 올 4월 2조원 규모로 불어나 금융기관의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연체에 따른 개인파산도 눈에 띄게 늘었다. 올 6월까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5대 지방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모두 234건. 지난해 1년간의 신청 건수에 이미 육박했다.

▽사회 경제안정을 위협〓가계부실은 기본적으로 고실업과 임금상승 억제 등으로 근로소득이 줄면서 경제 전체 소득중 가계로 돌아가는 비중이 감소한 탓. 전경련은 가계부실을 방치할 경우 연대보증에 따른 연쇄파산자가 늘어나 심각한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며 기업부실채권에 이어 금융부실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소비가 줄어 경기회복에 복병이 될 것이란 우려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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