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남대 구상」에 바란다

  • 입력 1999년 7월 9일 19시 3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어제 오후부터 2박3일간 청남대에서 휴식을 겸해 정국구상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동안 잇따른 악재(惡材)에 빠듯한 해외방문까지 겹쳐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터이니 대통령의 휴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쉬면서 큰 호흡으로 숨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쇄신된 국정운영의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김대통령에게 몇 가지 ‘충언(忠言)’을 하고자 한다.

우선 직시해야 할 것은 아직 우리의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IMF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자족하기에는 오늘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는 보다 심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정권의 위기 차원이 아닌 국가적 위기국면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구조는 여전히 완강하며 연평해전에서 보았듯이 남북간 무력충돌의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일방적이고 조급한 포용정책으로는 북한정권을 화해의 마당으로 이끌어내기는커녕 이용만 당한다는 것이 최근의 남북관계에서 엄연한 현실로 드러났다. 남북문제에서는 무엇보다 서둘러서는 안된다. 가시적 성과에 급급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보다 당당하고 분명한 대북정책을 확고히 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날로 심화되는 빈부의 양극화문제가 대두된다. 이는 계층간 위화감과 갈등을 깊게 하고 사회의 규범을 파괴할 위험이 크다. 최근 정부는 중산층 및 서민을 위한 몇몇 대책들을 내놓고 있으나 대증요법적 단기대응이나 내년 총선을 의식한듯한 선심성 정책으로는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장기적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이를 착실히 이행해나가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중산층 몰락과 함께 이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소외계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인사의 지역편중논란이 없도록 하는 것과 함께 보다 넓게 과거를 포용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다시 강조해야 할 것은 ‘큰 정치’의 모습을 대통령부터라도 하루빨리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각제문제든 여야관계든 특검제문제든 정파적 이해와 당리당략에 매달려서는 제대로 풀릴 수가 없다. 본란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고언(苦言)했듯이 김대통령은 내년 총선이나 정권재창출에 연연하기보다는 영광과 고난의 정치역정을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마지막 봉사하는 것으로 마친다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제대로 들을 수 있고 잃었던 국민의 신뢰도 되찾을 수 있다.

지금 각 부문에서 ‘개혁의 피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회 곳곳의 관행화된 부패는 여전한 가운데 개혁은 일방적 밀어붙이기식이니 제대로 되는 일은 없이 갈등과 불만만 증폭되는 것이다. 언론개혁의 경우 공정한보도와 경쟁시스템이 개혁의 본질이다. ‘언론사 길들이기’라고 오해할 만한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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