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ationl]美 정치인들 사립탐정 「단골손님」

  • 입력 1999년 7월 8일 18시 25분


정치계에서 정치인들의 의뢰를 받아 다른 정치인들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들을 모아주는 사립탐정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사립탐정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뉴욕 타임스가 지난 10년간의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핸리 하이드 하원 법사위원장, 데이비드 딘킨스 전 뉴욕시장 등 정치인들과 정치 지망생들이 사립탐정을 고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탐정의 세계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전직 경찰인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전직 연방수사국(FBI)요원, 전 중앙정보국(CIA)직원, 전직 검사, 전직 언론인 등도 포함되어 있다.

법규의 제재를 거의 받지 않는 이들은 기자 행세를 하거나 자기 편 사람을 조사 대상의 선거운동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잠입시켜 정보를 캐낸다. 또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통화 기록이나 진료 기록 같은 중요자료를 입수하기도 한다.

최근 연방정부가 사립탐정들과 정보 브로커들이 비밀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4월 연방무역위원회가 콜로라도주의 한 사립탐정에 대해 개인 은행계좌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속임수를 사용한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고, 6월25일에는 콜로라도주 당국이 공갈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의회는 사립탐정들이 속임수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을 고려 중이다.

선거운동 중에 상대방에 대한 개인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은 미국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정치의 일부였다. 그러나 10여년 전까지는 상대방을 조사할 때 암묵적인 규칙이 지켜졌다. 이 규칙이 사라지는 계기가 된 것은 1988년 게리 하트가 불륜 스캔들로 인해 대통령 선거에서 도중 하차한 사건이었다. 그 이후 정치인들은 경쟁자의 사생활에 관한 추잡한 정보를 더 많이 캐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따라서 아마추어 대신 전문적인 탐정들이 더 공격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추세가 확립되었다.

메인 주에서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는 로버트 몽크스는 자신도 사립탐정을 고용한 적이 있다면서 정치인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적인 사실들을 밝히지도 않고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상원의원 측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다. 케네디의 대변인 윌 카이저는 “1994년에 케네디 의원의 기록은 완전히 공개되어 있었지만 그의 경쟁 상대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면서 “입수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한 것은 중요하고 적절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규모 탐정회사들은 의외로 정치관계 일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적대적인 인수합병이나 회사 내부 부정에 관한 조사를 해주는 편이 수입이 더 좋을 뿐만 아니라 공연히 정치에 끼어들었다가 명성에 손상을 입고 기업체 쪽의 고객들과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헨리 하이드 하원 법사위원장에게 고용되었던 사립탐정 어니 리조는 인터뷰에서 “정치인들하고 일주일만 같이 있으면 여자든 돈이든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잡아낼 수 있다. 선거운동에 쏟아붓는 엄청난 돈을 들쑤실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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