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승모/한나라당의 「民心 흔들기」

  • 입력 1999년 7월 6일 23시 51분


요즘 한나라당내에선 “‘고급옷로비의혹사건’은 떠들면 떠들수록 총선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를 듣기 어렵지 않다. 한 고위당직자는 “우리는 솔직히 텔레비전에 고관 부인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바로 ‘옷사건’에 대해 한나라당이 국정조사를 고집하는 속내의 일면이다.

겉으로는 “진상규명이 중요하기 때문”이라지만 속으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이는 또 여권의 거듭된 양보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상황이 여기에 이른 본원적 책임은 물론 여권이 져야 한다. 민심을 도외시하고 강경으로 밀어붙이다가 마지못해 하나씩 보따리를 푸는 식으로 대처해온 결과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국이 이 모양으로 진행되는데 대한 책임에서 야당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야당내에서도자성론이부쩍늘어나는 추세다. “국정이야 어찌되건, 푸닥거리를 통해 민심을 흔드는데만 집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야당내에서도터져나온다.

야당도 이제는 좀더 유연성있게 전술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매사 강경일변도로 치달으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넣는 식으로는 여론의 폭넓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물론 옷사건이든 무엇이든 의혹이 있다면 국정조사도, 특검제도 해야 한다. 그러나 당략적(黨略的) 목적에 치중하는 인상을 강하게 풍겨서는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때로는 강경투쟁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나라형편이 안팎으로 각박한 때일수록 보다 큰 안목, 의연한 자세가 더 믿음을 주고 궁극적으로 당리(黨利)에 부합한다는 점도 한나라당측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윤승모〈정치부〉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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