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고아출신 美 州의원 신호범씨

  • 입력 1999년 7월 4일 19시 48분


“철이 들면서 유색인종에 입양아라는 사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를 ‘버린’ 고국을 원망도 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한국사람이란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내 뿌리를 찾는 일이 한없이 즐거워요.”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샛별전통예술단’의 전통무용 공연. 앳된 얼굴의 청소년들이 고운 한복차림으로 부채춤 장구춤을 추며 수십마리 나비가 꽃밭을 노니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들은 모두 미국에 입양된 고아나 교민2세. 29명의 단원중 10명이 입양아이고 나머지 19명은 교민 2세다. 대부분 우리 말이 서툴렀다.

“미국인 부모님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한인교회에 나가 한글을 배우고 국악과 전통춤을 익혀요. 부모님은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저보다 더 강조하시죠.” 생후 4개월만에 입양된 미아 베노리트양(17)의 말이다.

이 예술단을 이끌고 고국을 찾은 사람은 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돼 워싱턴주 상원의원이 된 신호범(愼昊範·64)씨.

신씨는 “처음엔 한국에서 가난하게 살았던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 다시는 고국을 돌아보지 않으려 했었다”며 “그러나 미국생활 10년만에 ‘나는 누구인가’하는 생각이 들어 뿌리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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