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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30일 2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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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표결은 자유무역주의 원칙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언론과 정부 통상관계자, 기업 간부들은 얼마전까지도 미국 정부가 점점 보호주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특히 한국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 기각으로 이런 우려가 말끔히 지워졌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미 상원과 민주당의 클린턴 행정부가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을 지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산업과 노조의 엄청난 로비력도 먹혀들지 않았다.
이번 표결은 한국도 미국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흔히 외국정부나 기업은 미국이 보호주의 입법과 같이 그들에게 해가 되는 조치를 취하려 할 때도 무엇인가 대응조치를 취하길 꺼린다. 이런 대응이 미국 국내정치에 간섭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할 정도로 미국의 정치과정을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당사자가 미국인이든 아니든 자신의 이해가 침해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방어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주미한국대사관과 포항제철이 힘을 합해 이번 보호주의 법안을 물리치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가 워싱턴에 거주한 지 20년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다.
철강 수입할당 법안에 대해 알게된 한국은 미국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주미한국대사관과 포철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미국내 주요 철강사용회사와 무역관련협회를 찾아내는 데 긴밀히 협조했다. 건자재공급업체 조선업체 중기계생산업체 등 철강수입업체나 철강무역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농산물생산업체들이 이런 부류. 한국측이 이들 업체에 업체이익을 대변하는 의원을 통해 의회에 로비를 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이들 업체는 기꺼이 응했다. 그들 자신의 이해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대뒤에서 적극적으로 풀어가는 이런 접근방식은 앞으로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풀어가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국 철강업체들은 보호주의적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다른 방안과 통로를 찾고 있다. 이들은 또 실패할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더욱 공격적이 돼갈 것이다.
보호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반도체 제약 건설업 등 분야의 미국 업체들과 미국 정부는 수개월내로 한국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경제위기에서 점차 벗어나는 한국을 더 이상 보호해줄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앞으로 또다른 무역분쟁과 싸워 이길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의 이해와 일치하는 미국 업체들이나 이해관계자,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과 협력하는 길을 계속 찾아야 한다.
김석한<미통상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