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1999년 7월」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가 인류종말이 올 것이라고 한 1999년 7월이 내일부터 시작된다. 종말론자들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지구충돌론, 행성대십자가배열, 행성대직렬 등을 뜻한 것이라며 인류는 그같은 현상들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예언에 대해 신빙성을 부여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지금부터 1000여년 전, 첫 천년을 맞이할 때도 지구촌에는 종말론이 팽배했었다. 서기 1000년이 되는 해에 세계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유럽의 수많은 기독교인들은 농토를 팔아치우고 동(東)으로 향한다. 성지에서 지구의 종말을 맞기 위해 이슬람교도의 지배 아래 있던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으로 긴 여행을 떠났다. 그 때문에 생긴 두 종교간의 갈등이 결국 2세기 동안 계속된 십자군전쟁의 도화선이 된다.

▽당시는 지구종말 이후 더욱 나은 세계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낙관적 내세관은 봉건사회 질서에 허덕이던 농민들에게는 유일한 삶의 이유였을 것이다. 그 때문에 1000년을 뜻하는 밀레니엄이라는 용어는 희망과 기대를 나타내는 말로도 통한다. 그러나 최근의 지구 종말론은 지구와 행성의 충돌 등을 가정하며 인류 멸망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새 천년을 앞둔 요즈음 ‘1999AN10’으로 이름 붙여진 소행성 하나가 2027년 8월경 지구와 충돌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그같은 충돌설을 부인했지만 지구가 우주공간의 부유물질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지구와 행성의 충돌로 지구종말의 가능성을 제기한 ‘아마겟돈’과 같은 공상영화가 여전히 관심을 끈다. 희망과 기대를 뜻하는 밀레니엄이라는 용어가 1000년 전과 달리 불안과 공포를 상징하는 말로 바뀌어가지 않을까 두렵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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