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베를린 필 차기지휘자 英 사이먼 래틀

  • 입력 1999년 6월 24일 20시 15분


영국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44·버밍엄시 교향악단 음악감독)이 세계 최고 앙상블을 자랑하는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차기 지휘자로 선출됐다.

23일 열린 베를린 필하모니 악단원 총회 투표 결과 단원들이 차기 지휘자로 래틀을 선택함에 따라 래틀은 2002년 9월부터 현 상임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현지 언론들은 단원 투표에서 래틀이 경쟁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시카고 교향악단 음악감독)을 큰 표 차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55년 영국 리버풀에서 출생한 래틀은 18세 때 존 플레이어 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한 ‘지휘 신동’. 80년 25세로 버밍엄시(市)교향악단 수석지휘자에 취임해 무명의 지방 교향악단에 불과하던 이 악단을 단숨에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90년부터 이 악단의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다.

래틀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날카로운 리듬 감각. 그가 지휘하는 작품은 잠시의 흐트러짐도 없이 잘 짜여진 박자감과 함께 각 부분의 대비가 절묘하게 계산된 건축적인 느낌을 준다.

상복(賞福)도 많아 88년 말러의 교향곡 2번 음반으로 그라머폰상을 받았고, 이듬해엔 첫 오페라 녹음인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로 에디슨상 등 7개 음반상을 휩쓸었다. 그는 EMI사 전속으로 60여장의 음반을 내놓고 있다.

117년의 전통을 가진 베를린 필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전설적인 상임지휘자 아래에서 조련돼 정상의 앙상블을 유지해 왔다. 래틀은 이 악단의 여섯번째 상임지휘자가 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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