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新북풍」 政爭할 때인가

  • 입력 1999년 6월 18일 19시 28분


서해의 남북 해군 교전사태를 두고 한나라당측이 남북 쌍방 묵계하에 벌어진 사태가 아니냐는 이른바 ‘신(新)북풍’ 의혹을 제기하고 정부여당측이 이를 ‘60만 국군에 대한 모독’이라고 맞받아쳐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신북풍 의혹이 당론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회창(李會昌)총재나 안택수(安澤秀)대변인 등은 이런 의혹제기를 거두어들일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남북 교전이 현실인 상황에서 안보 문제에 관해 국민을 상대로 유언비어 수준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일 수 없다. 그런 의혹이 있다면 야당 나름의 증거포착 노력을 기울이면서 국회 같은 데서 근거를 가지고 따지고 밝혀 나가야 온당한 일이다.

나아가 당론도 아니라면서 증거조차 없는 시중의 객담거리를 공적으로 제기, 상대방에 대한 공세의 구실로 삼는 것은 전근대적인 정치행태다. 이제 국민의 눈과 귀가 밝아져야 당이라 하더라도근거없는 설이나 의혹을 무기로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는 없다.

정부의 햇볕정책에 관해 야당이 비판하고 나름의 대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햇볕정책에도 헤아리고 완급을 가려야 할 부분, 탄력성을 부여할 부분이 있고, 국민 중에는 남북이 포격전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관광객이 금강산으로 가고 비료를 계속 보내주는 이중적 현실에 대해 혼란을 느끼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런 현실에 비추어 한나라당이 논리와 대안을 동원해 대정부 비판에 나서는 것은 야당의 도리와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북풍론은 햇볕정책 비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정부여당도 신북풍론을 모처럼 만난 야당 공격의 호재라고 여겨 야당을 지나치게 압박해 나가는 인상이다. 국민회의 김영배(金令培)총재권한대행은 야당의 신북풍론 주장에 대해 ‘취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고 공언했다. 이런 역공세가 지나치면 정부여당이 숱한 정치현안을 순리와 정도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안보 정쟁(政爭)화’를 통해 희석하고 정국 주도권을 휘두르려 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지금 시중에는 신북풍론과 관련한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왜 그런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여당은 이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동안 빚어진 각종 비리와 부조리, 갖가지 의혹들이 풀리지 않은 채 정치다운 정치가 실종된 데서 비롯된 불신풍조가 유언비어의 온상이 아니겠는가. 정부여당은 스스로의 무거운 책임을 인정하고 혹시라도 백해무익한 안보정쟁화를 통해 현상돌파를 기대해선 안된다. 여야 모두 지금은 적전(敵前)분열의 추태를 보이거나 정쟁으로 소일할 때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