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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8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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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와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겪다 숨지는 말기암 환자의 가족들. 대부분 민간요법에 매달리거나 개발 중인 치료제의 임상시험이라도 받게 하려고 병원을 돌아다니지만 결국 낙담한다.
서울대의대 내과 허대석교수는 “말기암은 기존의 어떤 치료법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뜻”이라면서 “매년 항암효과가 있다고 발표되는 1만여 치료제 중 상품화되는 것은 하나 정도이고 이런 치료제도 말기암을 고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89년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마이클 비숍 캘리포니아주립대(샌프란시스코캠퍼스)총장도 최근 “10년 내에 말기암 완치제는 나오지 못할 것”이라면서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충분히 먹이고 대화 등으로 마음이 편안하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가족의 마음가짐〓말기암으로 진단받으면 평균 2개월,길어도 8개월 이상 살기 힘들다. 가족도 초기에는 의사를 원망하고 후회와 자책감에 시달리게 마련. 이 땐 참지 말고 가족 간의 대화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 다음엔 환자가 삶을 마감하는 것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환자를 대한다.
▽환자에게 알려야하나?〓알려서 환자가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면 유언도 못남길 수 있다. 내성적이고 충격을 받을 염려가 있으면 ‘혹이 있다’는 식으로 퉁겼다가 환자가 정확한 사실을 물어보면 넌즈시 가르쳐주는 것이 방법.
▽환자를 어느 곳에?〓굳이 병원에 있게 할 필요는 없다. 비숍총장은 “집에서 가족과 여생을 정리하는 것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병원의 호스피스병동에서는 종양내과의사 정신과의사 간호사 등이 고통을 조절해 주고 침상목욕 등을 시켜준다. 호스피스팀이 가정을 방문하기도 한다(별표 참조).
▽통증 덜기〓약한 진통제에서 점점 강한 마약성 진통제로 옮긴다. 통증을 호소할 때마다 먹이는 것보다 규칙적으로 먹이는 것이 효과적. 진통제를 먹고 1주 정도 메스꺼움 구역질 불면증 다면증(多眠症)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는 것은 각오.
또 환자가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통증이 줄고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식욕이 좋지 않으므로 아침식사에 비중을 둔다. 구역질 때문에 음식을 못 먹으면 차고 냄새 나지 않은 음식을 천천히 먹도록 한다.
▽심리적 안정〓환자가 원한다면 민간요법이나 임상시험에 참여시키는 것도 괜찮다. 금식기도와 같이 극단적 방법은 고통을 가중시킨다. 친척이나 친구에게 알려서 문병오도록 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자신의 잘못으로 병이 생겼다고 자책하기 쉽기 때문에 좋은 추억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가족의 중대사에는 참여하도록 돕는다. 환자와의 신체접촉을 피하지 말고 곁에서 자주 손을 잡는다. 환자가 원한다면 장례절차와 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움말〓서울대의대 내과 허대석교수 02―760―2228, 서울내과의원 장석원원장 02―478―0035)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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