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팅트’는 주인공 파월 역의 앤소니 홉킨스가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박사 역을 맡아 보여준 ‘야수성(野獸性)’을 그대로 들고온 영화다.
그는 ‘양들의…’에서 조디 포스터와 두뇌게임을 벌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제리 맥과이어’의 쿠바 구딩 주니어로 파트너를 바꾸었다. 두 작품은 군데군데 비슷한 구석이 많다.
르완다에서 고릴라를 연구하다 실종된 저명한 인류학자 파월박사의 종적이 몇년만에 드러난다. 뜻밖에도 뭉둥이로 산악경비단원을 때려 죽인 혐의로 체포된 것. 미국에 인도된 그는 정신병자 죄수병동에 수감되고 이 사건에 흥미를 느낀 정신과 의사 콜더(쿠바 구딩 주니어)가 파월의 정신감정을 자청한다.
그러나 파월과 렉터박사는 동류(同類)처럼 보이지만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다른 존재다. 파월의 야수성을 존 터틀바웁감독은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인에 대한 분노이자 방어적 행동으로 그리고 있다.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의 흉칙한 본성(렉터박사)과는 차원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흥미로운 착상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 가장 궁금한 파월의 살인 동기가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한 몇십초의 액션신으로 처리된 것은 용두사미식 결론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볼만 한 것은 눈빛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앤소니 홉킨스의 연기다. 12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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