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인스팅트」 엉성한 인간내면 엿보기

  • 입력 1999년 6월 6일 18시 15분


뛰어난 지적 능력과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잔인한 살인극, 정신병자를 수용한 감옥….

‘인스팅트’는 주인공 파월 역의 앤소니 홉킨스가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박사 역을 맡아 보여준 ‘야수성(野獸性)’을 그대로 들고온 영화다.

그는 ‘양들의…’에서 조디 포스터와 두뇌게임을 벌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제리 맥과이어’의 쿠바 구딩 주니어로 파트너를 바꾸었다. 두 작품은 군데군데 비슷한 구석이 많다.

르완다에서 고릴라를 연구하다 실종된 저명한 인류학자 파월박사의 종적이 몇년만에 드러난다. 뜻밖에도 뭉둥이로 산악경비단원을 때려 죽인 혐의로 체포된 것. 미국에 인도된 그는 정신병자 죄수병동에 수감되고 이 사건에 흥미를 느낀 정신과 의사 콜더(쿠바 구딩 주니어)가 파월의 정신감정을 자청한다.

그러나 파월과 렉터박사는 동류(同類)처럼 보이지만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다른 존재다. 파월의 야수성을 존 터틀바웁감독은 자연을 파괴하는 문명인에 대한 분노이자 방어적 행동으로 그리고 있다.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의 흉칙한 본성(렉터박사)과는 차원이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흥미로운 착상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 가장 궁금한 파월의 살인 동기가 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한 몇십초의 액션신으로 처리된 것은 용두사미식 결론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볼만 한 것은 눈빛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느끼게 하는 앤소니 홉킨스의 연기다. 12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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