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평길/남북관계 변화 오는가

  • 입력 1999년 6월 2일 19시 18분


90년대 말까지 북한은 수출중단, 외화가득률 제로, 군수공업이외 산업활동 중단, 먹을 것을 구하려 이리저리 헤매는 주민에 대한 통제 불능으로 정상적 국가활동이 중단상태에 이르렀다. 암시세로 북한 장관 봉급이 10달러 정도밖에 안되는 북한은 한마디로 부도나 텅빈 회사를 국방위원장이라는 경비대장의 지위로 김정일 오너 2세가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일로서는 정권유지의 유일 최종수단이며 북한군부를 통제하는 위력적 카드는 핵무기와 미사일일 것이다. 결국 핵미사일 벼랑 끝 자위책이 한국과 주변국에 먹혀들어가 북―미합의 제네바협정이 이루어지고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이 탄생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의 남북한 전문가의 남북 미래 예측을 보면 2005년경에 북한정권 붕괴로 인한 한국의 흡수통일이 예상되고 아니면 2010년경에 남북합의로 합의 통일이 가능하다고 한다. 흡수든 합의든 한국이 경제를 책임져주는 통일형식이 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 북한은 정상적 무역을 통한 외화획득이 전무하다. 외교 국방 등 국가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의 외화는 2억달러 정도라고 한다. 그 액수는 한국기업의 구상무역, 현대의 9억5천만달러 공여 협약으로 지급되는 현금 등으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 비확산과 미사일 생산금지의 세계적 차원에서 북한에 접근하면서 북―미 외교수립, 경제동결해제 등 비경제적 접근을 시도하고 한국은 그럴 때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비료 식량 현금지급 등 경제원조를 책임지는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계속 모호한 행동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면 군사적 압박을 할 것이며 이 때의 군사작전비도 한국이 분담해 미국은 비단장수, 한국은 춤추는 곰이 될 소지가 있다.

과거 정권은 북한의 벼랑끝 외교에 따라 조변석개의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을 폈다면 김대중 정부는 북한정권 취향에 맞는 단선논리의 허점을 갖고 있다. 북한에 보내는 경제협력 식량원조는 정부간 협력이 돼야 한다. 설사 비정부기구를 이용하더라도 기업과 적십자 등이 내는 식량 비료원조 등도 한국이 모니터할 수 있는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현대 등 기업들의 서해안공단조성 금강산개발 등도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 이전에 남북한 정부책임자가 합의한 전체 밑그림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원하든 아니든 간에 북한 경제건설의 마스터 플랜, 북한판 마셜계획을 세워야 한다. 흡수통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한국정부의 통일접근에도 국민회의 자민련의 내각제 협약같이 현실성 신뢰성이 결여된 뉘앙스가 있다. 식량난에 북한주민이 동요하고 체제저항 운동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북한군부가 속죄양으로 김정일을 퇴진시키고 재야 민중지도자가 철조망에 나타나 한국에 북한을 떠맡기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때에도 흡수통일을 외면할 것인가.

이제 북한은 경제적으로 노리는 것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한국과 협상을 진행할 것이다. 한국이 원하는 정상회담을 하려면 비료도 보내고 식량도 보내고 공장가동도 하는 경제원조를 보여주는 성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북한은 주장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한국은 비료회담 식량회담 경제회담에 곁들여 이산가족회담을 한다고 세계와 한국민에 클로즈업시킬 것이다. 그럴 때 이런 원조가 기형적 북한 군사독재정권 유지에 필요한 것은 아닐까. 모든 원조가 기아에 떠는 북한 주민에게 진실로 전달되고 있는가.

미국이 주도하고 북한이 원하는 북―미관계 진전속에 한국은 ‘봉 노릇’하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정권차원의 국민호도용은 아닌가. 대통령이 국민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남북관계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거듭 언급하는 것은 국내정치 혼란의 무마용은 아닐까. 이런 의문이 계속 남는다.

김대중정부는 언제나 느긋하게 북한을 대하고 때로는 북한 정권을 꾸짖고 투명성을 강력히 요구하는 힘있는 햇볕정책, 제도화된 체계적 햇볕정책으로 진보 온건 우파 모두의 국민에게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최평길<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