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클린턴 퇴임후 뭘하나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21분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2001년 퇴임후 무엇을 할 것인가. 퇴임대통령 나이 54세는 너무 젊다. 같은 40대에 백악관 주인이 된 케네디는 퇴임후 대 신문사 발행인으로 명성을 떨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돈버는 일이 무엇보다 급한 처지. 각종 스캔들로 인한 소송빚만 하더라도 현재 5백20만달러(약 63억원)나 된다고 한다. 우리 전직 대통령의 축재 액수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만 수중에 1만달러 정도밖에 없다는 클린턴에게는 허리가 휘어질 돈이다.

▽클린턴은 또 부인 힐러리 여사의 뒷바라지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힐러리는 다음 선거에 뉴욕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할 것을 검토중이다. 그때문인지 힐러리가 올들어 뉴욕을 방문한 것만도 8번이나 된다. 최근에는 퍼스트 레이디 자격이라며 시간당 비용이 8백달러가 넘는 공군기를 이용하고 수행원까지 대동해 백악관 예산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실 힐러리의 정치적 감각과 능력은 클린턴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만든 1등공신은 바로 힐러리다.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로 클린턴의 선거운동을 밀착 취재했던 밥 우드워드의 저서 ‘더 에이젠더(The Agenda)’에는 힐러리가 1991년 가을 대통령 출마를 망설이는 클린턴에게 “당신이 이긴다”며 부추기는 장면이 나온다. 클린턴이 최근 섹스스캔들을 벗어나는 데도 힐러리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힐러리는 한때 클린턴이 주재하는 백악관회의에 참석, 영향력을 행사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남편의 ‘바람기’를 잘 참으며 안방을 지킨 힐러리에게 호의적이어서 상원의원에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되면 퇴임한 클린턴은 소송빚 갚으랴, 정치인 된 부인 외조하랴, 정신없을지도 모른다. 어떻든 서로 헐뜯는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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