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키드]광주 박승표씨네/자연사랑도 저절로

  • 입력 1999년 5월 17일 19시 28분


박승표(45·CBS광주방송국 총무팀장) 김유정씨(43·광주시립교향악단 단원) 부부의 밀레니엄 키드는 살레시오초등학교 6학년 들반 승유양(12)과 4학년 강반 승원양(9).

▼시간이 없다▼

기상 당번은 박씨의 몫.잠에 빠진 두 딸을 오전 7시에 깨워 머리를 빗겨주고 옷을 입는 것도 도와준다. “애들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요. 중학교에 가면 멀어질 게 뻔하니까요.”

박씨는 딸들과 스킨십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맞대고 비비는 것’만큼 사랑을 전하기에 좋은 수단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 스킨십을 위해 근무시간 이후에는 약속을 가급적 자제한다.

▼개방론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TV프로가 나오면 “얘들아, 좋아하는 프로 시간이다”며 챙겨준다. 낯 뜨거운 장면이 나오는 TV드라마의 시청도 막지 않는다. 애들이 이용하는 컴퓨터방에는 누드화 10여점이 걸려있다. 자연스럽게 성(性)을 접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박씨는 설명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질릴 때까지’ 해준다. 과자 사탕 아이스크림 등도 쌓아놓고 먹게 한다.

▼꽃밭에는 꽃들이▼

‘엄마 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란 노래처럼 산다. 박씨부부는 몇년 전부터 아파트 옆 공터를 꽃밭으로 가꿔왔다. 장미와 철쭉을 심고 포도나무와 감나무도 심었다. 봄이면 꽃속에서, 가을이면 과일 속에서 애들과 사진 찍는 일이 이젠 연례행사가 됐다.

“EQ교육이요? 애들하고 꽃밭을 가꾸는 것 자체가 정서교육입니다. 감을 따면서 어린 시절 시골에서 감 따던 얘기도 들려주고요.”함께 하는 삶가족은 한가지씩 악기를 다룬다. 3년전 가족 피아노 4중주단을 만들었다. 콘트라베이스(박씨) 피아노(김씨) 바이올린(승유) 첼로(승원). 지난해부터는 클래식연주를 직접 들을 기회가 없는 시골 학생들을 위해 오지 중학교를 찾아다닌다.

“바이올린을 처음 봤다는 말을 듣고 놀랐어요. 부모님을 잘 만나 나만 호강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승유)

올 여름엔 고아원 양로원도 찾을 계획이다.

▼기본기는 갖춰야▼

교과목 과외는 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컴퓨터와 영어는 밀레니엄 키드의 기본과목이라고 생각한다. 승유는 1학년, 승원이는 유치원 때부터 컴퓨터를 가르쳤다.아이들은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고 사진을 다운받아 숙제를 한다. 영어도 어릴 때부터 가르쳤다. 외국인에 대한 ‘공포’를 없애주려고 외국손님을 자주 집으로 데려온다.

이 부부는 아이들에게 외국 경험을 많이 쌓아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기회가 닿는대로 외국에 보내려 한다. 외국에 다녀온 아이들은 “시장골목이나 길거리가 깨끗해 너무 좋았다”며 환경보호론자가 됐다는 것.

▼기타▼

△박씨는 퇴근하면 “오늘은 ‘사고’ 안쳤니”라고 학교생활에 대해 물어본다. 가끔 “사고(상장이나 칭찬)쳤는데…”라는 대답을 들으면 “다음부터 ‘사고’치지 말라”는 말로 격려한다 △김치를 꼭 먹게 한다. 그래야 ‘키가 큰다’‘예뻐진다’며 유도한 결과 생일잔치에서 돌아와서도 김치를 찾는다 △애들이 잘못할 경우 박씨는 ‘즉시 시정론’을 주장하는 반면 김씨는 ‘차후 설득론’을 편다.

▼광주지역 학부모 성향▼

광주의 교육열은 동네에 따라 편차가 큰 편. 서구 농성동 화정동 등 구(舊)아파트촌의 교육열도 높지만 △북구 문흥동 △서구 금호동 △남구 봉선동 △동구 학운동 등 신흥 아파트단지의 열기가 뜨겁다. 광주교대부속 살레시오 송원이 3대 명문 초등학교로 꼽힌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습지를 많이 구독하고 과학실험 수학 등에대한 그룹과외가 유행하지만 1대1 과외는 거의 없다. 대신 속셈 웅변학원을 많이 이용한다.

서울의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지만 ‘따라하기’는 거절한다고 현지 주민들은 설명.

학부모들은 반별로 구성된 ‘어머니회’를 중심으로 자녀교육 정보를 교환한다. 고교는 평준화돼 있지만 최근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서석고 광주과학고 등의 인기가 높다. 학부모들은 중학교까지는 ‘과열경쟁’이 없다고 말한다.

〈광주〓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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