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CIA지도

  • 입력 1999년 5월 16일 20시 04분


독일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 동독의 정확한 지도는 민간에 시판되지 않았다. 시중에 나도는 일반지도는 대부분 도로방향이 엉터리였다. 특히 베를린 장벽으로 가는 길들이 지도상에 정밀하게 표시되지 않았다니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서독으로 가려는 동독주민들의 길잡이를 없애 버린 것이다. 정확한 동독지도는 30여년간 슈타지(국가안전부) 총수를 지낸 에리히 밀케가 쓰던 집무실(동베를린)에 지금도 보존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도는 교역과 여행을 위해 만들어졌고 전쟁 때문에 발전해 왔다. 지도의 영어 표기인 맵(map)이라는 단어는 고대 카르타고에서 ‘신호용 천’을 뜻하는 마파(Mappa)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해양 도시국가였던 카르타고는 무역이 번창했으며 로마제국과 포에니 전쟁을 벌일 만큼 군사강국이었다. 바깥 세계와 상거래가 활발했기에 카르타고가 지도의 기원을 세운 것이다.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과 마젤란의 세계일주 덕으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근대적 세계지도가 탄생했다. 그러나 지리상의 신대륙 발견 이후에도 남극과 북극은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었다. 20세기 들어 미국인 로버트 피어리가 북극을, 노르웨이의 로알드 아문센이 남극을 각각 탐험해 양극이 세계지도에 추가됐다. 이로써 지구의 확실한 모습을그리게된것이다.

▽나토가 유고내 중국대사관을 오폭하더니 13일 밤엔 코소보 민간인 마을을 폭격해 말썽이다. 코소보난민 1백여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중상이라니 나토 공습이래 최대의 민간인폭격 사건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도상의 위치를 잘못 찍은 것이 중국대사관 오폭의 원인이라지만 중국측은 의도적이라는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위성탐사기법이 군사지도에 이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심도 받을 만하게 됐다. 민간인 오폭도 같은 종류의 실수인지, 유고의 잔인한 인간방패 전술에 당한 것인지 조사결과가 주목된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