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현대-대우 감독『친구는 친구, 경기는 경기』

  • 입력 1999년 5월 14일 19시 37분


“야, ‘똥차’ 오늘 좀 봐줘.”

“어이, ‘부엉이’ 살살해.”

울산 현대 고재욱감독과 부산 대우의 이차만감독은 경기장에서 마주치면 늘 이렇게 말한다.

동갑내기(48세)로 ‘오십고개’를 바라보지만 친구는 친구. 30년 넘게 축구로 사귀어온 둘도 없는 사이라 이름보다 별명이 입에 더 붙었다.

이들의 첫 만남은 부산 동래중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감독이 경남상고, 고감독이 중동고를 택해 헤어졌지만 70년 고려대에서 다시 만난다. 포지션도 같은 미드필더라 고려대와 국가대표시절(71∼75년) 늘 한방을 썼다.

에피소드 하나. 74서독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이 한창이던 73년 10월 호주 시드니.

둘이 묵고있던 방에 교민들이 당시 국내에서 귀했던 오렌지 한 상자를 넣어주었다. ‘오렌지가 피부에 좋다’는 말에 둘은 의기투합, 샤워실로 갔다. 오렌지를 남김없이 껍질을 벗겨 즙을 내고 서로의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웬걸.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몸의 피부가 쪼그라든게 아닌가. 이들은 서로 몸을 긁어주느라 그날 하루를 보냈다.

두사람의 키는 1m75대로 비슷하지만 이감독이 마른 편이고 고감독은 덩치가 있는 편.

성격도 판이하다. 이감독이 활동적이라 많이 돌아다니는 반면 고감독은 말수가 적고 움직임이 적다. 플레이도 이감독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아기자기한 축구를 했다면 고감독은 수비쪽에 처져 롱패스를 많이 썼다. 지휘자로서도 이감독은 작은 일이라도 선수들과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고감독은 대체로 입을 닫는 편.

그러나 이들은 ‘의리’로 똘똘 뭉쳐있다. 대표적인 게 고감독이 중동고에 있을 때 가능성있던 조민국 김종부 등을 모두 이감독의 고려대로 보내준 것.

이들은 16일 오후 3시 울산에서 벌어지는 99대한화재컵 프로축구 준결승에서 맞선다.

고감독은 “우정은 우정이고 경기는 경기다. 누구 한사람은 져야하기 때문에 친구라는 사실은 잠시 잊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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