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금동근/「집안잔치」된 서울모터쇼

  • 입력 1999년 5월 9일 19시 07분


11일 개막하는 서울모터쇼를 보면 마치 ‘엔진없는 자동차’를 보는 듯하다. 세계자동차공업협회가 공인한 ‘국제’모터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한 곳도 참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로 3회째인 서울모터쇼가 특히 ‘집안 잔치’로 전락한 배경은 이렇다.

모터쇼를 주관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준비 과정에서 외국 업체들에 국내 업체보다 2배 가까운 부스 사용료를 요구했다. 게다가 외국 업체들의 부스를 부품업체 전시 공간으로 예정된 전시관 3층으로 배정했다.

외국 업체들은 불만을 터뜨렸고 급기야는 불참을 선언한 것. KAMA는 ‘반쪽 행사’를 우려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지만 외국업체들을 달래기엔 이미 늦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1,2회 행사를 치르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업체들에 대한 차별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

모터쇼는 매년 전세계에서 2백여개나 열릴 정도로 언론과 일반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다. 현재의 자동차 기술 수준을 점검해보고 미래 자동차의 기술과 모습을 가늠해 보자는게 모터쇼의 취지.

그러나 이번 서울행사는 이같은 모터쇼의 취지에 맞추기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생산대수 기준으로 세계 5위권이라는 한국이 모터쇼 하나 국제 수준에 맞춰 열지 못한다면 ‘우물안 개구리’를 면하긴 힘들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입자동차협회는 외국 업체들만의 모터쇼를 별도로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모터쇼가 영원히 ‘반쪽 행사’로 머무를지 진정한 ‘국제’모터쇼로 탈바꿈할지는 주최측의 자세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합당토록 고쳐질지의 여부에 달렸다.

금동근<정보산업부>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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