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닥터]멀쩡한 腸 세척하면 「사서 고생」

  • 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28분


장세척을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

박모주부(35·서울 서초구 양재동)는 최근 학부모모임에서 “아이에게 장세척을 해줬더니 머리가 맑아져 성적이 올라갔다”는 말을 듣고 아이(8)와 함께 한 대장항문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심한 만성변비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의 설명에 발길을 돌렸다.

서울 한솔병원 이동근원장은 “장세척기가 10여년 전 도입된 뒤 몇 해 전부터 일부에서 장세척이 유행하다 작년 말 TV에 소개된 뒤 급속히 확산됐다”고 말한다. 서울에 이어 지방에도 ‘장세척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번져 아이에게 장세척을 해 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장세척이란일부에서는 ‘대장 내 주름벽(壁)에는 대변으로 배출되지 않은 찌꺼기인 ‘숙변’이 끼어있는데 이를 빼내지 않으면 변의 독이 체내로 흡수돼 건강에 해롭다’고 주장. 따라서 일반인도 일년에 한 번 항문을 통해 대장에 물을 넣고 빼는 과정을 반복하는 ‘물청소’로 깨끗히 하는 것이 좋다는 것.

그러나 울산대의대 소화기내과 양석균교수는 “‘숙변’이란 용어는 일본의 민간요법에서 쓰이는 말로 의학계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물세척’을 하지 않고 약만 먹어도 장이 완전히 깨끗해진다는 것. 일본에서도 장세척을 할 때 변이 잘 나오도록 돕는 차(茶)를 이용한다.효과 있나다른 질병 때문에 변비가 된 것이 아닌 ‘단순만성변비’일 때 40∼50%의 환자가 장세척을 하면 증세가 사라진다. 또 변비의 고통에서 벗어나므로 머리가 맑아지고 뾰루지 등도 사라진다. 이밖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

서울대의대 소화기내과 송인성교수는 “만성변비라도 장세척을 자주 하거나 관장을 하면 변이 대장에 찼을 때 변을 스스로 배출하는 인체의 ‘배출반사’ 기능이 떨어져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교수는 또 “장세척을 자주 하면 대장 내 ‘세균총’의 균형이 깨어져 오히려 ‘위막성 대장염’같은 병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 특히 어린이는 장벽이 얇아 파열위험도 있기 때문에 질병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장세척을 시키면 안된다는 것.변이 잘 안나오는 이유정상인은 하루에 세 번 이하,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변을 봐야 한다.

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는 △섬유질이나 수분의 섭취가 적고 △수험생이나 사무직처럼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며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자주 참을 때. 이 같은 경우가 반복되면 치질 등 항문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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