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취업난 日 「애보는 아빠」운동

  • 입력 1999년 4월 14일 20시 08분


요즘 일본에서는 남자들도 아이를 돌보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하는 공익광고가 큰 화제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소자화(少子化·어린이가 줄어드는 현상)가 육아부담을 걱정하는 여성들의 출산기피 때문이라고 판단한 후생성이 이 광고를 냈다.

“육아를 하지 않는 남자를 아빠라고는 부르지 않는다”는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인기정상의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惠)의 남편으로 인기그룹 TRF의 남성무용수인 SAM이 웃으면서 아들을 안고 있는 사진이 곁들여졌다.

광고는 “일본에서 아빠가 하루동안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평균 17분밖에 안되니 여성들의 출산기피도 무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남자들에게 육아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알아야 한다고도 충고했다.

광고의 반향은 컸다. 지난달초 광고가 선보인 뒤 후생성에는 이 광고 포스터를 구하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했다. 당초 준비됐던 10만장의 포스터가 바닥나 5천장을 더 인쇄해 배포했다. 정부 공익광고 가운데 최대히트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성들은 한결같이 “평소에 남편에게 꼭 하고 싶던 말”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남자들로부터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를 돌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거나 “정부가 왜 가정문제에까지 개입하느냐”는 반발도 만만찮다.

남자의 육아동참은 정계에서도 논란이 됐다.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자유당 간사장은 “육아를 꺼리는 엄마들에게 영합하는 캠페인을 정부가 펼치는 것은 경박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는 “남성의 육아참여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며 광고를 칭찬했다.

어쨌든 이 광고는 대량실업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일본 남자들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만들고 있다.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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