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아파트 주민감시단 『관리非理 우리가 해결』

  • 입력 1999년 4월 5일 19시 28분


아파트 관리비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 경기 수원시 구운동의 삼환아파트 주민들은 98년도 관리비 보고서를 받아들고 놀라움과 흐뭇함을 동시에 느꼈다.

관리비 총액이 20억5천여만원으로 97년보다 1억3천여만원이나 줄어들었던 것. 삼환아파트는 97년에도 96년보다 관리비를 5억3천여만원이나 절감했다. 그런 만큼 적지 않은 주민들이 더이상 줄일 ‘군살’이 없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던 터였다.

삼환아파트는 주민들의 참여로 아파트 단지의 고질병이 되다시피 한 관리비 비리를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5개동 1천6백80가구 7천여 주민이 거주하는 삼환아파트에서 관리비가 처음 문제된 것은 97년 1월. 전달까지 가구당 평균 15만원이던 관리비가 갑자기 25만원으로 뛴 것이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한 주부가 주변의 다른 아파트 관리비와 비교한 결과 삼환아파트가 유류비 청소비 소독비 보험료 등 관리비 각 항목이 가장 높은 것을 알아냈다.

주민들은 즉각 ‘관리비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임기가 남은 입주자 대표 23명을 모두 바꾸고 관리소장도 해임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의 전횡과 비리를 ‘나 몰라라’했던 자신들에 대한 반성도 뒤따랐다.

새로 선출된 대표들은 공개입찰로 관리업체를 선정해 ‘뒷돈 거래’가 일어날 소지를 없앴다. 주민들도 대표들에게만 일을 떠맡기지 않고 직접 감시활동에 나섰다.

이런 노력은 97년 1년 동안 가구당 32만여원씩, 98년에는 8만여원씩의 관리비를 절감하는 결실로 나타났다.

비상대책위를 앞장서서 구성했던 주부 최병순(崔炳順·46)씨는 “2년째 양심적인 대표들이 노력한 결과 삼환아파트는 투명한 관리비 집행방식이 제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관리비 문제를 계기로 그동안 간과했던 ‘작은 권리’를 되찾기 위해 함께 뭉치는 일은 이제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초 관리비(27평 기준)가 한달 만에 23만원으로 9만원이나 오르자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입주자 대표들을 교체했다. 덕분에 올해 들어 관리비는 19만원선으로 내려갔다.

비상대책위를 이끌었던 주민 신상진(申相珍·44)씨는 “비대위 이후 두번째 선출된 올해 대표들은 전문지식을 가진 주민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주민자치가 싹트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지의 살림을 맡고 있는 관리소장들이 관리비 절감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97년 결성한 ‘주거문화21 국민운동’이 대표적이다.

경기 시흥 한신아파트의 차철호(車喆鎬·40)관리소장은 주민 가운데 지원자를 청소인력으로 쓰고 공용공간의 전구를 전력 소모가 적은 것으로 바꾸는 등의 아이디어로 관리비를 매달 1백50만원씩 줄여나가고 있다.

차씨는 “입주자대표자회의가 관리비 절감방안을 흔쾌하게 수용하면서 주민과 관리사무소 사이의 벽이 낮아지고 관리직원들도 한식구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단지별로 고립적으로 전개되는 관리비 절감운동은 이제 전국적 확산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4월부터 삼환아파트 최병순씨를 강사로 초빙해 ‘관리비 명세표 보는 방법’을 강의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관리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아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

최씨는 “주민들이 각 아파트단지의 관리비 항목을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건설교통부가 자료를 수집해 제공해야 관리비 절감운동이 더 쉽게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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