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심상찮은 日 右傾化분위기

  • 입력 1999년 3월 26일 18시 53분


북한 공작선으로 보이는 괴선박의 일본영해 침범이 일본사회에 던진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언론에는 사건속보와 정부 대응책, 해안경비와 방위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가 연일 홍수처럼 쏟아진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자유당은 강력한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우파 논객들의 기세도 등등해졌다.

북한 핵개발 의혹과 미사일 발사로 북한에 대한 일본의 경계와 불신감이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북한변수’가 아니더라도 일본은 방위력을 꾸준히 증강해왔다. 방위정책 기본개념은 영토가 공격받을 때 대응하는 ‘전수(專守)방위전략’에서 주변지역 유사시에도 대응하는 ‘전방위전략’으로 바뀌었다.

무기현대화와 자위대 조직개편을 통해 실질적 군사역량도 크게 강화됐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우경화와 군비증강 움직임을 견제하는 세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냉전붕괴와 사회당(현 사민당)의 보수화 약체화로 정계에서 ‘비둘기파’의 영향력이 최근들어 크게 줄었다.

보수성향 언론이 안보불안심리를 확산시키면서 야당과 시민단체도 조심스러운 처지가 됐다. 게다가 경제불황이 ‘강력한 일본’에 대한 국민의 갈망을 키워놓았다.

일본정부는 절대로 군사대국의 길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역사의 아픔을 지닌 이웃국가들은 달리 볼 수도 있다. 분위기가 한쪽으로 쏠리면 좀처럼 다른 의견을 말하기 어려운 것이 일본사회의 특성이기도 하다.

일본의 방위력증강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이상한 자동차를 연상하게 된다. 가속장치는 신형인데 제동장치는 잘 듣지 않는 자동차다.

권순활<도쿄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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