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도성/대통령의 「중립적 政治」

  • 입력 1999년 3월 17일 18시 36분


17일 열린 여야총재회담은 여러 모로 큰 관심을 끌었고, 또 의미도 적지 않았다. 걸핏하면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여야간 정쟁에 대한 국민의 좌절감과 정치혐오가 깊어질대로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같은 퇴행적 소모적 정쟁이 경제 민생 남북관계 등 타 분야에 미치는 악영향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열렸기 때문이다.오랜 산고(産苦)를 감안하면 회담결과에서 그런대로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 듯한 흔적이 엿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회담을 마친 직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가 밝힌 소감도 일단은 정국정상화의 청신호로 받아들이기에 별 손색이 없다.

김대통령은 회담 직후 “오늘 이총재와 만나 여야가 건전한 파트너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라를 위해 바람직한 정치풍토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완전한 의견 일치를 보았다”며 몹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또 이총재도 “이번 회담의 성과는 무엇보다 국민으로 하여금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이런 대화가 거듭되면서 신뢰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화답했다.

이번 회담과 관련해 특히 유의할만한 대목은 김대통령이 최근 공 사석에서 밝힌 자신의 정국 및 대야(對野)인식이다.

김대통령의 인식은 대체로 ‘지난 1년 동안 외환위기 등 경제적 측면에서의 국난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느라 국내정치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 결과 정치적 성과에 대한 평가가 경제 남북관계 등 타 분야의 그것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내가 직접 나서서 정치가 잘되고 안정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번 총재회담 직후에도 김대통령은 “내각제 개헌 문제는 물론 야당과의 관계도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총재와 회담을 한 것이고, 다행히 좋은 결실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김대통령의 설명은 그동안 국민이 지니고 있던 상황인식, 즉 ‘김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식으로 모든 국사를 챙긴다’ 또는 ‘대통령이 혼자 뛴다’는 시각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그러나 그 진상이나 경위야 어떻든, 적극적 미래지향적 자세로 여야관계를 재조명하고 새로운 정치문화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김대통령의 다짐은 기대를 모을만하다. 다만 대통령의 다짐이 실질적인 정치개혁과 발전, 또 이를 토대로 한 정국안정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

우선 전제돼야 할 것은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기에 정국이 끊임없이 파행으로 치닫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루었음에도 정치가 여전히 불신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철저한 자가(自家)성찰이다. 그리고 지난날 정국운영 부조(不調)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가시적 조치의 병행없이 다짐에 걸맞은 국민적 설득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야당 또한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정권상실에 따른 허탈감, 시도 때도 없이 사활의 기로에 놓일 정도로 급박했던 위기감 등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정국난조의 면책사유가 될 수는 없다. 이총재가 회담 직후 “야당도 단순히 트집을 잡고, 발목을 잡는다고 생각하면 정상적인 정국운영이 어렵다. 우리도 정책정당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발전적으로 비판하고자 한다”고 야당상 정립의지를 밝힌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아무튼 중요한 건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건 대통령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꼭 여당총재라는 진중수장(陣中首長)이 아니라, 때로는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라는 중립적 위치에서 국내정치나 여야관계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일이다.

이도성<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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