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NYT]터키-쿠르드족 평화공존 모색을

  • 입력 1999년 2월 19일 19시 20분


압둘라 오잘란의 체포에 항의하는 쿠르드인들이 유럽 전역 수십개 도시에서 그리스와 케냐의 공관을 점거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했다.

그들은 그리스 등이 터키 특수부대와 협력해 오잘란의 체포에 협력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공관점거는 시민사회에 대한 용서받을 수 없는 공격행위다.

지난 14년간 오잘란은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터키 동부에서 반정부 게릴라대원들의 각종 무력행사를 부추겼다. 그들의 투쟁과정에서 상당수의 민간인을 포함한 3만여명이 희생됐다. 이같은 ‘테러행위’에 대응해 터키정부도 8백만∼1천만명에 이르는 자국내 쿠르드인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으며 민간인 마을을 공격해 수십만명의 난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잘란의 체포는 터키와 쿠르드의 갈등을 줄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터키정부가 소수민족을 다루는 방법은 그들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제적인 위상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쿠르드인들의 폭력과 테러행위가 터키 정부에게 탄압의 구실을 준 것도 사실이다. 쿠르드 게릴라들의 테러행위가 수천년간 차별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전체 쿠르드인들의 고통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를 흐리게 하기도 했다.

양측은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행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터키는 오잘란의 체포경위를 보다 명확히 밝히고 국제적으로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해 쿠르드인들과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랜 기간 인권옹호자로 알려져온 터키의 뷜렌트 에제비트 총리는 이제 자신의 신념을 실천에 옮길 기회를 맞았다. 쿠르드인들도 더 이상의 폭력을 자제해야 한다.

〈정리〓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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