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사는법]한국투신 펀드매니저 35세 김경배씨

입력 1999-02-07 19:30수정 2009-09-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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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다.

주목하지 않았던 한 고가저퍼주(高價低PER株·저평가된 우량주)가 상한가를 치는 꿈.

‘저걸 샀어야 하는데…’

선잠으로 한참을 뒤척인다.

다음날. 웬걸, 장은 박살났다.

▼ 4천억 만지기 ▼

한국투자신탁의 펀드매니저 김경배씨(35). 총 4천억원 규모의 70개 펀드를 굴린다. 매일 샀다팔았다 주무르는 돈은 50억∼1백억원. 남들은 2,3년을 못 채우고 떠나는 주식운용팀에서 6년째 뛰고 있다. 1월초 주식운용2팀장을 맡아 스폿펀드 10개를 일주일 안에 상환하는 실력을 보여줬다.

오전7시반부터 꼬박 12시간 진빼는 고된 일과. 작년말 토요일 장이 없어진 뒤론 하루가 한결 빡빡해졌다. 한가한 점심 약속은 꿈도 못 꾼다. 그래도 대만족.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내가 발굴한 종목이 확 뜰 때 성취감이 대단하죠.자식을 훌륭하게 키워놓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출근하자마자 애널리스트의 설명회. 이어 짧은 팀장회의. 신문의 경제기사를 훑고 인터넷으로 뉴욕주가 엔화환율 등을 빠르게 파악하다보면 9시, 오전장 개시. 술을 마시다 새벽5시에 자도 6시반이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 정신력을 집중해 주가단말기에 시선을 꽂는다.

▼ 스트레스,스트레스 ▼

날마다 나오는 ‘성적표’. ‘중간평가’를 받으러 월말회의에 들어설 땐 설레는 마음도 됐다가 무거운 마음도 됐다가…. 단기승부를 요구하는 고객의 기대도 스트레스. ‘마음 조절하기’밖에 방법이 없다.

“주식은 포커와는 달라요. 포커에서는 서너명의 생각만 읽으면 이기지만 주식은 몇백만명이 정신을 몰입하는 시장이라 마음이 흔들리기 쉽거든요.”

스트레스가 치받아오르면 근무시간이라도 과감히 머리를 ‘치러’ 나선다. 수시로 깎아대니 늘 짧다. 여대 앞 미용실도 다녀봤지만 “어디서 이렇게 깎아놨어요?”하고 미용실에서 서로들 한마디씩 하는 통에 요즘은 맘편히 이발소를 찾는다.

바이킹은 못 타지만 슬로프를 가르는 스키의 짜릿함은 좋다. 쉬는 토요일에는 1박2일씩 스키여행. 몸이 찌뿌드드하다 싶으면 물구나무서기. 가끔은 덤블링도 한두번씩.

장이 암만 ‘죽을 쒀도’ 표정은 늘 밝다. “주가가 많이 빠지면 ‘이다음에 많이 올라가려나 보다’하고 편하게 생각해요.”

▼ 가지 않은 길 ▼

의사가 되겠다던 그에게 형은 “처자식은 좋겠지만 네 인생이 없을 것”이라고 말렸다. 부친은 육군사관학교를 권했다. 그의 선택은 서울대 경영학과. 89년 한국투신 입사 후 줄곧 펀드매니저의 꿈을 키웠다. 지금 소망은 관록있는 펀드매니저로 끝까지 남는 것.

불쑥불쑥 ‘가수’가 좋아보인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김경호의 콘서트에 여섯살, 다섯살짜리 남매까지 데리고 갔다. 아이들도 아빠 차의 CD로 이미 세뇌된 후다.

“스스로 희열을 느끼고 수천명의 관중도 열광하고…. 얼마나 좋아요? 가끔 나도 그런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외모와 패션감각은 ‘회사공인’. 4년전 회사모델로 광고에도 등장했다. 검은색 셔츠+자주색 넥타이, 자주색 셔츠+빨강 토끼그림 넥타이, 쑥색 셔츠+초록색 꽃무늬 넥타이…. 흰색 셔츠는 아예 ‘못’ 입는다. 양복도 평범한 디자인은 사절. 스리버튼에 앞선이 사선으로 빠진 특이한 것만 찾는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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